일본 땅 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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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천지부판(天地剖判:하늘과 땅이 갈라지는)'의 오후의 지옥을 인간은 오전까지도 까맣게 모른다. 지진 날(11일) 오전 간(菅) 내각은 이집트, 튀니지 등 이웃나라로 넘어가는 리비아 피난민 지원금 4억 엔(약 52억원)을 결의했다. 단 몇 시간 뒤 일본 열도가 2.4m나 한반도 쪽으로 움직이고 지구 자전축이 10㎝나 이동했다는 끔찍한 지진이 올 줄 알았다면 그런 느긋한 여유는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 전(10일) 하와이로 떠난 '평화 기원 방문단'도 있었다. 2차대전 때 진주만 공격을 지휘한 사람은 일본 해군제독 야마모토(山本五十六)였다. 그의 출신지인 나가오카(長岡) 주민 300명이 하와이 호놀룰루 페스티벌에 참가, 흰 국화 모양의 불꽃 1천500발을 밤하늘에 쏴 올리기로 한 건 전쟁에 대한 참회와 평화 기원을 위해서였다.

일본 언론은 이번 지진을 '게키진사이가이(激甚災害)'라고 했다. TV 영상만도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최악의 지진은 하루 전, 몇 시간 전의 예고는 커녕 쓰나미(津波)를 피하느냐 못 피하느냐 단 3분의 여유도 불허, 삶과 죽음을 무참히 갈랐다. 복 있는 섬(福島), 신선들 무대(仙台), 신선들 미역 감는 못(氣仙沼), 가시나무 성(茨城:자성), 바위 손(岩手), 대궐 성(宮城), 쌀더미 오르기(登米) 등 정겹고 평화스런 이름의 땅들이 저토록 무참히 당할 수는 없다. '천지상합(天地相合)―하늘과 땅은 화합한다'고 했고 '천지는 일색(天地一色)'이라고 했건만 하늘은 왜 갈라지는 땅을 방치, 죄 없는 숱한 인간의 죽음을 못 본체하긴가.

그런데도 놀라운 건 일본인의 침착함과 질서의식이다. 땅을 치며 울부짖는 사람 하나, 약탈자와 새치기꾼 하나 볼 수 없다. 13일의 대학입시도 지진지역 6곳을 제외한 도쿄대 등 타 지역 대학은 시험 시간만 2시간 미뤘을 뿐이다. 같은 날 지바(千葉)현에선 조류인플루엔자 닭들의 살처분까지 했다. 규슈(九州) 신모에(新燃)화산까지도 또 터졌지만 '치큐가 고와이(지구가 무섭다!)'라고 말하는 한 고등학교 교사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저들을 도와야 하고 저들을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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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환기자

yulam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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