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칼럼

[윤인수 칼럼] 누가 먼저 '87체제' 극복을 선언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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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지난 5월 '윤인수 칼럼'에서 "'이재명·윤석열' 구도는 국민의힘에 절망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또 절망한 민심이 선택한 시대적 대안"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두 사람의 정치적 부상을 집요하게 견제할 때였다. 샛별 같은 두 아웃사이더의 대선 경쟁을 통해 변할 의지도 이유도 없는 여야 기득권 동맹을 해체해주기를 응원했다. 지금 20대 대선은 '이재명·윤석열' 경쟁구도로 확정됐다. 하지만 두 사람을 향해 품었던 민심의 기대와 희망은 길바닥에서 헤진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성골 후보 옹립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변방에서 거칠게 성장한 단기필마의 이재명에게 대선 후보를 진상했다. 민주당의 운동권 순혈주의는 무너졌다. 국민의힘은 정권이 버린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선 주자로 입양했다. 권력 불임 정당의 누추한 쇠락이었다. 당심과 민심은 이재명과 윤석열로 두 정당의 기득권을 부정하고 시대적 효용이 완료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재명 '이재명이 민주당' 전체주의적 발상
민주당 586, 권력 연장 혈안 '아무말 대잔치'


이번 대선은 9차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시작된 '87체제'에서 치러지는 8번째 선거이다. 어떠한 장기집권도 불허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낳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87체제의 주역들이 국정을 맡았을 때 꽃을 피웠다. 노태우는 북방으로 외교영토를 넓혔다. 김영삼은 금융실명제로 경제의 근본을 바꿨고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했다. 김대중은 IMF를 극복했고 정적들을 용서했다.

영고성쇠의 법칙은 예외가 없다. 김대중 이후 87체제는 정권이 정권을 응징하는 퇴행적 기록을 누적시켜왔다. 체제의 주역들이 퇴장하자 체제의 산물인 586은 타락했다. 여야 586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권력추구 집단으로 변질했고 상대를 향한 적대와 혐오로 공생해왔다. 민주당은 이번 정권에서 민주세력의 도덕성을 잃었고, 국민의힘은 전 정권에서 산업세력의 가치와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가 이재명이고 윤석열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7체제의 마지막 배설물이다.



87체제는 대통령이 국회를 종으로 만들고 사법부를 하수인으로 부려 민주주의와 국가를 괴사시키는 적폐의 정점에 서 있다. 이제 행정, 입법, 사법이 독립적으로 국가이익과 국민의 삶을 지지하는 새 체제로 전환할 때이다. 노태우와 전두환의 사망은 87체제 마침표로 손색없는 상징이다. 국민은 시대와 세대와 체제 교체의 임무를 이재명과 윤석열에게 부여한 것이다. 참담하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새로운 시대를 얘기하지 않는다. 쇠똥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쇠똥구리가 되랬더니, 배설물에서 함께 썩어가는 중이다.

이재명은 '이재명이 민주당'이라고 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할 시대적 소명과 거리가 먼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민주당은 '우리가 이재명'이라고 합창한다. 그리고 나선 아무 말 대잔치다. 표가 되면 조국사태에 사과하고, 원전건설 재개하고, 기본소득 유보하고, 전두환의 경제성과를 인정한다. 대장동에 발목 잡힌 이재명에겐 순수한 권력의지만 남았다. 민주당 586들은 이재명의 권력의지를 목발 삼아 세대 권력 연장에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아무 말 대잔치이다.

윤석열, 흐릿한 시대정신에 역량 의심 받아
이젠 '시대전환 담화문' 내야… 먼저하면 유리


윤석열은 역량을 의심받고 있다. 국정 지식 부족이 아니라 흐릿한 시대정신이 문제다. 대중은 검사와 검찰총장으로 두 정권과 맞선 그의 뚝심에서 절대권력을 부정하는 시대정신을 목격했다. 정작 대선 후보가 된 지금 그는 구체제에 의지하는 행보를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그가 김종인, 이준석에 쩔쩔매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뒤로 물린다. 대중은 그를 권력교체 의지가 낳은 우연의 산물로 의심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대선이 끝나면 유통기한이 끝난 87체제가 연장될까 걱정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은 지금이라도 87체제 극복을 위한 '시대전환 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 핵심은 새 시대와 새 세대를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먼저 하면 유리하다. 국민은 똥밭에서 꽃을 피울 사람을 찾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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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isy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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