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이성과 과학 대신 감성과 선동이 넘쳐

입력 2023-06-19 19:5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20 18면

윤상철_-_기명칼럼필진.jpg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간부가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이에 한국노총은 공권력의 폭력성을 규탄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불참하고 탈퇴를 저울질한다. 민주노총 또한 올해 초 정권퇴진운동을 선언하였으니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노동계의 강도높은 반정부투쟁에 대해 정부는 엄정한 법집행을 예고하면서 노정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생산성 향상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치투쟁과 불법파업을 일삼는 특권세력에게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야당은 노동계의 파업과 정치투쟁을 '노란 봉투법' 등으로 오히려 후원하고자 한다.

이 간부의 농성은 임금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포스코 하청사 '포운'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400일을 넘겨 장기화된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천막농성이 왜 발생했는지, 그 해법이 있는지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노총간부의 농성이 불법적인지 아닌지는 따지지도 중시하지도 않는다. 모두 묻어버리고 사태 발생의 이유도, 문제 해결방식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패싸움이 거대한 사회적 합의를 대체할 뿐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임박하였고 여야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에 대해 방류시점부터 전수 방사능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금사재기' 사태가 발생하며 소금거래액이 8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교조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서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일부 정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TF'를 가동하고 있다. 문제발생이 임박했는데 해결책도 없이 뒷북만 치고 있다. 


日 오염수 방류 임박 사회이슈 진화
IAEA 중간보고서 공신력 폄하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간보고서는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샘플에서 방사성 핵종을 측정분석한 방법은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곧이어 동일한 내용의 최종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애써 눈감고, 심지어 이 기관의 공신력을 폄하하기도 한다. 조사에 참여한 IAEA 산하연구소와 한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5개국의 실험실의 활동도 묵살한다. 한국인들은 국제기구의 전문성과 과학성도 무시하고, 심지어 자국의 과학자들의 헌신도 짓밟고 나아가 자국 정부도 불신한다. 오로지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감성적 공포와 일본에 대한 혐오, 그리고 나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불신 등에 사로잡혀 이를 끝없이 재생산할 뿐이다.



많은 중대 사안들에 대해서 그렇다. 먼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주장이나 위험을 말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이전에 자기 이익을 탐지한 정치인이나 사회집단이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대중들을 선동한다. 다른 집단의 생각이나 그들과의 갈등은 개의치 않고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른 국가들의 인식이나 대응을 선택적으로 고려한다. 생각이 다른 개인들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비난하고 해법이 다른 국가들을 교묘하게 무시한다.

북한 핵개발은 경제적 제재를 통해 중단시켜야 한다는 게 국제적인 합의였지만, 우리의 대통령은 우선적인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우방국의 수반들을 설득하려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국민들은 이에 동조하고 찬양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폐쇄적 정치부족주의의 모습이다. 일부 언론의 광우병 관련 조작선동에 온 국민들이 광적 히스테리에 휩싸였고, 공당의 정치지도자들과 영향력 있는 사회단체들이 이를 부채질하면서 온 나라가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반하는 과학자들은 마녀사냥 당하고 정부는 대책 없이 우왕좌왕했던 몇 달이 흐른 후에 우리 국민들이나 정치지도자, 시민단체활동가, 과학자 모두는 아무런 반성도 그 어떤 해명도 없다.

생각·해법 다르면 비난 교묘히 무시
경험적 관찰·합리적 절차 밟지않아
대한민국 공동체 문제해결 서툴러


우리 사회의 많은 주체들이 먼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경험적으로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짓고, 합법적으로 행동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비단 정치인들이나 사회운동가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반 시민들도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고 감성적 흥분에 도취된다. 대한민국 공동체는 늘 문제를 인식하고 구성하고 해결하는 데 집단적으로 서투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