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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민주주의 광장에 걸린 백지 현수막… '침묵의 외침'

입력 2024-04-03 19:11 수정 2024-04-03 19: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4 6면

시민단체, 선거법 변화 촉구

제한규정 준수 고육지책 소형 피켓
"표현의 자유 억압 독소조항 개정"
집회 전면허용 주장 일각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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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 계양구에서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이 제한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빈 현수막과 작은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3.28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n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새하얀 현수막을 든 이들이 최근 인천의 한 거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도심 곳곳에서 온갖 수식어로 도배된 유세 차량 등 4·10 총선 후보들의 열띤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터라 생경한 풍경이 연출됐다.

빈 현수막이 등장한 거리에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그 흔한 마이크와 스피커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리에 발언하는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들은 가로세로 한 뼘 크기의 작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현수막에 담지 못한 '서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위해!' '깨끗한 총선 만들어요' 등의 문구가 이 작은 피켓에 쓰여 있었다.



이는 '2024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가 지난달 28일 인천 한 후보 사무실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모습이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연합 등 전국 7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총선넷은 '낙선운동' 일환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빈 현수막과 작은 피켓 등은 공직선거법이 제한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총선넷 김주호 사무국장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직선거법상 독소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각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면 투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가 지역구에 공천된 후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도 유의미하다"고 했다.

2022년 7월 헌법재판소는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규정 관련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일반 시민도 25명 이내로 선거 관련 모임이나 집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여전히 '선거 기간 중 선거운동을 위한 집회나 모임은 모두 금지한다'는 문구가 남아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선거일 전 120일 동안 시민이 후보에 관한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확성장치 사용을 제한해, 총선넷이 마이크와 스피커 없이 빈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개정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운동 기간 정해진 규격(가로 25㎝, 세로 25㎝ 이내)의 피켓 등 소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거운동 집회 등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는 유권자 개인이 이성적 판단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전제한 제도"라며 "낙선운동은 다른 사람의 이성적 판단을 자신의 의도대로 바꾸려는 행위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선거 중립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현행법상 선거운동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인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헌재 판결에 따라 관련 법 조항이 개정됐지만, 위헌 판결의 취지가 모두 담기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공직선거법에선 불법 낙선운동의 기준 등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집회 현장에서 장소, 피켓 문구, 집회 내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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