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아줌마 매춘' 고개

kp282340
   “커피 한잔 하세요. 피로에는 '드링크'가 더 좋은데 어떤 걸로 하실래요?”

   지난 26일 새벽 1시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기흥TG와 수원TG 중간에 위치한 신갈 임시버스정류장.

   10여대의 화물 트럭이 즐비하게 늘어선 가운데 정류장에는 40~50대로 보이는 4명의 아줌마들이 배낭을 멘 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화물차 한대가 정류장으로 들어선 후 차의 시동과 라이트가 꺼지기를 기다렸다가 10여분이 지나자 나름대로 순번이 정해진 듯한 여성이 운전사에게 접근한다.

   배낭에서 커피와 드링크를 꺼내 보이며 “커피는 5천원이고 드링크는 2만원, 녹차만 마시려면 2천원만 줘요”라며 값을 흥정한 뒤 주위 눈치를 살피며 화물차에 올라탔다.

   인천과 부천 등지에서 10여년째 화물차 운전을 해 온 전모(41)씨는 “한동안 뜸하던 커피아줌마들이 고속도로 상행선의 각 휴게소와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 휴게소.

   3~4명의 40대 중년 여성들이 검은색 민소매티셔츠에 하얀색 핫팬츠를 입은 채 화물차가 주차된 주변의 으슥한 간이벤치에 앉아 화물차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운전사가 화장실에 다녀 오면서 이들에게 흘끗 눈짓을 하자 사인을 받은 듯한 여성이 10m쯤 뒤를 따라갔다.

   4~5년 전 IMF당시 고속도로 휴게소나 화물차 전용 간이휴게소(화물차 베이)에서 커피 등 음료수 판매와 함께 윤락행위까지 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일명 '커피아줌마'들이 최근 어려워진 경제난과 함께 또다시 등장했다.

   고속도로 주변 마을에 살면서 3년째 '커피아줌마'를 해왔다는 한 여성은 “보통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중년과부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이곳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이 영업을 하려고 구역을 침범하면 쫓아내려고 자리 싸움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의 영업시간은 보통 자정에서 새벽 4시 무렵까지 이어지며 하루 수입은 5만원 안팎.

   자신의 몸을 만지는 데는 '커피값'으로 5천원, 성관계는 '드링크값'으로 2만원을 받고 있다.

   1년 전에는 10만원 이상 수입을 올렸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져 '커피아줌마'들이 많아지자 경쟁이 치열해 가격을 크게 내리거나 아예 운전사들이 주는 대로 받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날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동이 터오는 새벽빛을 뒤로 한 채 가방을 둘러메며 “나라고 왜 이런 짓을 하고 싶겠어. 복이 없어 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인일보 포토

강주형기자

cubie@kyeongin.com

강주형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