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23]완투와 완봉

마운드 홀로 책임진 '고무팔 훈장'

경인일보

발행일 2017-09-0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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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관리로 보기 힘들어진 기록
선동열-최동원, 15이닝 완투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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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선발투수가 한 경기를 혼자 힘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완투라고 하며, 완투하는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는 경우에는 완봉이라고 한다. 굳이 풀어보자면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는 뜻이 된다.

일반적으로 한 경기가 9이닝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완투도 '9이닝 투구'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연장전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더 긴 이닝을 던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간혹 선발투수가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내려간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선발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완투'로 기록하지는 않으며, 단지 기자들과 팬들에 의해 '실질적' 완투라는 위로를 받게 되곤 한다.

최근에는 투수의 건강과 선수생명 관리 차원에서 선발투수의 한 경기 투구수를 100개 안팎으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1회에 15개 안팎의 공을 던지면 이상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미 준수한 페이스로 7회까지만 소화해도 105개의 공을 던지게 된다.

따라서 꽤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가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하더라도 선발투수가 7회 이상을 던지는 경우는 오늘날 흔히 보기 어렵게 되었으며, 완투나 완봉은 더더욱 보기 어려운 진귀한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완투기록이 선발투수의 능력을 재는 척도 중 하나였으며, 에이스라 불리는 투수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었다.

전설적인 완투 승부로는 1987년 5월 16일, 당대 최고의 명투수 선동열과 최동원이 사직구장에서 벌인 15이닝 완투 맞대결을 들 수 있다.

그날 이전까지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각각 1승 1패를 기록한 두 투수는 마치 결승전 같은 의미가 부여된 그 세 번째 맞대결 경기에 당대 최고 투수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버텼고 결국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단 두 점씩만을 내준 채 15회까지의 공방전을 혼자 힘으로 끌고 갔다.

그 과정에서 선동열은 232개의 공을,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투수들의 명성은 떨어지지만, 그 못지않은 역사적인 완투 승부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선동열과 최동원의 완투 맞대결이 벌어지기 한 해 전인 1986년 7월 27일이었는데, 주인공은 청보의 재일교포 투수 김신부와 해태의 차동철이었다.

두 투수는 인천 도원야구장에서 벌어진 그 경기에서 각각 15회를 완투하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는데, 차동철은 10피안타 6삼진을 기록했고 김신부는 8피안타 10삼진을 기록했다. 두 명의 투수가 동시에 완봉을 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것은 차동철과 김신부가 맞대결한 그날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일하다.

반면 팀 사정 때문에 수많은 안타와 실점을 허용하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혼자 힘으로 맡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러면서도 승리를 거둔 특이한 경우도 가끔 나오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다실점 완투승 기록은 1984년 5월 1일 해태를 상대로 9점을 내주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투수가 된 오영일(당시 MBC)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점수를 내주면서도 완투한 기록은 1999년 삼성에게 14점을 내주며 완투한 OB의 김유봉이 가지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 못지 않게 다음 경기와 시즌 운영도 생각해야만 하는 프로야구에서 간혹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잔혹한 임무의 결과이기도 하다.

통산 최다 완투 기록은 무려 100번의 경기에서 완투한 롯데의 윤학길이 가지고 있다. 그 중 무려 20번은 완봉승이기도했다. 그리고 한 시즌 최다완투 기록은 무려 36번 완투하며 16번 완투승을 거둔 1983년 삼미의 장명부가 가지고 있다. 그 중 완봉승은 5번이었다.

모두 빛나는 기록들인 동시에 앞으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지게 된 기록들이기도 하다.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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