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27]키스톤 콤비네이션

'수비의 핵' 유격수·2루수의 호흡

경인일보

발행일 2017-10-10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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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 협력 플레이 중요한 포지션
강기웅-유중일, 韓 야구 최고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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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지을 때 제일 중심이 되는 지점, 예컨대 여러 개의 벽돌들을 둥그렇게 짜 맞춘 돔이나 아치형의 구조물을 지을 때 그 돌들이 고정될 수 있도록 정수리 부분에 꽂아 넣는 돌을 키스톤(keystone), 우리말로는 '쐐기돌'이라고 한다.

수많은 구성물들이 모여서 하나의 구조를 이룰 때 그 짜임의 핵심이 되는 지점이 되기에 '열쇠'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야구장에서는 그것이 2루 베이스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홈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볼 때 부채꼴로 펼쳐진 그라운드의 딱 중간에 박혀 있는 2루 베이스가 꼭 하얀 쐐기돌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이 '키스톤'을 사이에 놓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눈빛을 주고받으며 손발을 맞추는 것이 2루수와 유격수다. 2루수와 유격수는 야구장에서 가장 많은 타구를, 그리고 가장 강한 타구들을 처리하는 가장 바쁜 수비수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탄탄한 기본기 외에도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송구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맡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 두 명의 수비수에게 빠져서는 안 될 능력이 또한 2루 베이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파트너와의 유기적인 협조 플레이 능력이다.

그 두 명의 수비수가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가 던지는 견제구는 누가 받을 것이고 도루를 잡기 위해 날리는 포수의 송구는 누가 받을 것인지, 혹은 병살을 처리할 때는 어떤 호흡 어떤 리듬으로 어느 공간쯤에 토스를 할 것인지 서로 정확히 가늠하고 분담하지 못하면 수비망은 일순간 뒤엉켜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수비가 좋은 팀'이란 호흡이 잘 맞는 2루수와 유격수를 보유한 팀을 말하며, '수비가 엉성한 팀'이란 그렇지 못한 팀을 가리킨다고 보면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다.

그 두 명의 수비수가 2루 베이스를 가운데 놓은 채 손발을 맞춰 벌이는 수비동작들을 키스톤 콤비네이션(Keystone Combination)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루수와 유격수를 묶어서 '키스톤콤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 '콩글리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고의 '키스톤 콤비'를 뽑는다면, 후보로 오를 만한 조합들이 몇 있다.

1980년대 초중반 MBC청룡에서 활약했던 김인식(2루수)-김재박(유격수)과 1980년대 후반 삼성 라이온즈의 강기웅(2루수)-유중일(유격수), 그리고 1990년대 중반 해태 타이거즈의 김종국(2루수)-이종범(유격수)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를 주름잡았던 현대 유니콘스의 박종호(2루수)-박진만(유격수) 등이 그 안에 들어갈만 하다.

오늘날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기아 타이거즈의 안치홍(2루수)과 김선빈(유격수)의 호흡이 준수하다.

최고의 2루수와 최고의 유격수를 따로 꼽아보는 것 못지않게 '최고의 키스톤 콤비'를 꼽게 되는 것은 그만큼 각자의 능력치에 더한 협조 플레이의 묘미가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호흡이 잘 맞는 2루수와 유격수 사이의 키스톤 콤비플레이는 마치 배구의 절묘한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 혹은 농구의 화려한 앨리웁 어시스트와 덩크를 보는 듯한 리드미컬한 쾌감을 준다.

그런 점에서 앞에 거론한 후보들 사이에서 감히 최고를 가려본다면 강기웅-유중일 콤비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강기웅과 유중일 모두 최고의 2루수와 최고의 유격수 부문에서 1위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대개 다른 조합이 '압도적으로 화려하고 적극적인 유격수와 그것을 보좌하는 2루수'의 형태였던 것과 달리 그들은 가장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양 날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 동시에 무릎을 구부리고 타석을 노려보기 시작하면, 타자들은 내야 한복판에 팽팽하고 촘촘한 그물이 양 끝으로 펼쳐진 것 같은 막막함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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