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해병 예비역연대 '쓴소리'
'전세사기특별법' 다음 본회의에 상정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서로 위로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채상병특검법을 의결하고, 전세사기특별법을 부의한 2일 본회의장에는 법안을 요구해온 '사람들'이 법안의 의결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이들은 각각의 법안이 의결된 뒤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가장 먼저 의결된 법안은 이태원참사특별법이다.
여야는 합의처리를 결정한 만큼 기존 법안이 아닌 국민의힘 윤재옥·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이름으로 새 법안을 대표발의해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일사천리로 거쳐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 세웠다.
의결한 법안은 ▲조사위원 정수를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위원장 1명을 교섭단체가 협의해 추천하고 ▲조사위가 수사기록이나 조사기록 열람해 조사할 수 있는 대상에 불송치 사건과 수사 중지된 사건을 제외하며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한 자에 대한 영장청구 의뢰 권한을 삭제한 데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은 "552일이나 걸려 죄송하다"고 했다.
기다리던 법안이 의결된 뒤 본회의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한 유가족은 따라붙은 언론을 보면서도 침묵을 이어가다 "여야 정치인들을 저는 정말 좀 질타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하루만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그렇게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고 당리당략 정쟁으로만 끌어서 1년6개월 동안을 이 많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들을 길거리에서 그렇게 힘들게…내버려뒀는지"라며 말을 못이었다.
이어 "이게 마지막이 아니기에 우리 아이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저희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다짐했다.
채상병특검법 의결 뒤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도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차려야 한다. 자기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해보라, 이게 나라인가. 참다운 군인 박정훈 대령, 그를 왜 구속시킨다고 난리인가"라며 가공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법은 애초 여야 합의로 된 의사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안'을 올렸고, 이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수용하면서 표결처리될 수 있었다.
김진표 의장은 상정 이유에 대해 "국회법이 안건의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한 취지로 볼 때 해당 법에 대해 21대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 마무리가 돼야 한다"면서 "오늘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표결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예비역연대의 목소리와는 달리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되자 고성과 야유로 항의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협치 아닌 독주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남은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면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입법과정과 법안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규탄대회에는 지난달 12일 MBC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던 안철수(성남분당갑) 의원도 참석했다.
한편 '선구제 후구상(후회수)'을 담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날 본회의에 부의됐다.
부의된 안건은 다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이날 전세사기피해자 5명이 본회의장 방청석을 지켰고,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의결되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순정·오수진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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