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문화거점을 꿈꾸다·(8)속초 '동아서점' 이야기]3대째지만 '고리타분함' 덮어둔 新 지식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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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 동아서점을 운영하는 김일수 대표와 아들 김영건 매니저 부자.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김일수·김영건 '父子 운영'
2000년 초반부터 '내리막길'
영건씨 재개점등 변화 시도
유명작가 대화·가수 콘서트
SNS활용 다양한 이벤트도
닭강정 버금가는 '속초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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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교동에 가면 1956년부터 3대째 책을 팔고 있는 오래된 책방인 '동아서점'이 있다. 오래됐다고 해서 비좁고, 책 찾기도 힘들고, 어딘지 모르게 고리타분한 서점일 것으로 추측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독립 출판물 코너도 있고, 유명 작가와의 대화나 가수의 콘서트는 물론 SNS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도 열리고 있어 '고리타분'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먼 곳에서 일부러 이 서점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닭강정에 버금가는 속초의 명물이 됐다.

바닷가 마을 오래된 서점이 그렇게 된 이유가 궁금해 지난 15일 속초 동아서점을 찾아가 아버지 김일수 대표와 아들 김영건 매니저를 만났다.

결론은 간단했다. 서점은 책이라는 지식 상품을 파는 상점이며, 그 상품이 돋보이도록 공간을 꾸미고, 손님이 상품을 고르기 편하게 만드는 데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것.

하지만 동아서점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학생의 감소, 인터넷의 발전과 뉴미디어의 성장 등의 이유로 다른 서점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김일수 대표는 "복싱에 비교하면 강펀치 한방을 크게 얻어맞고 쓰러진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잔 주먹을 계속 맞다 보니 선수도 모르게 경기에 패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손님이 줄자 아버지 김일수 대표의 매장에서 졸음도 늘어갔는데, 심지어 책을 고르는 손님이 있는 줄도 모르고 서점 문을 닫고 퇴근해버려 손님이 갇힌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들 김영건 매니저는 "사실상 책을 판매하는 역할을 가진 서점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었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생기있는 서점이 된 것은 2014년 여름 아들 김영건 매니저가 합류한 이후부터다. 김 매니저는 서점의 이전과 재개점 준비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아버지의 요청에 '어쩌다 보니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 김 매니저는 "저는 서점에 대한 것이 없다 보니, 뭐 이렇게 하겠다 정해둔 것 없이 그때, 그때 변화에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서점이 아닌 서점을 다시 서점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찾은 변화의 방법이란 이랬다. 기존 책을 다 반납하고 새로 서가를 채웠다. 학습참고서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10% 정도로 유지할 계획이다.

장소를 옮겨 서점 면적을 늘렸고, 책을 창고처럼 쌓아두지 않고 책이 돋보이도록 진열했다. 나름의 방식으로 책을 추천하고 분류하는 등의 '큐레이션'을 시도했다. 그 서점을 꼭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려고도 노력했다.

김 매니저는 지난 2월 이 같은 서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당신에게 말을 건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후 강연도 몇 차례 다니고 있지만, 그는 부끄럽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아는 것 하나 없이 절박한 마음으로 서점에 갑자기 몸담게 됐다. 변화에 맞춰가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며 "어려운 서점이 많은데, 모두 각자 다른 나름의 방식을 빨리 찾아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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