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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엄밀히 말해 '다이빙 벨'은 그리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는 미숙하고 정서적으로는 과잉됐으며, 주제는 모호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갈망하는 관객들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4년 당시 부산영화제(BIFF)에서 '다이빙 벨'을 보고 나온 평론가들은 부산시가, 혹은 서병수 시장이 왜 이 영화의 상영을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다이빙 벨' 상영 강행으로 촉발된 부산시와 BIFF 측의 갈등은 영화제에 대한 감사,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영화제 보이콧 선언 등으로 이어지며 20개월 동안 극단으로 치달아 올해 BIFF 개최 여부까지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렀다.

BIFF와 부산시는 그동안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오던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하기로 하고 김동호 현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데 합의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영화제를 만든 당사자이며 15년 동안 이끌어온 명장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5월 중에 정관 개정을 하고 그 밖에 정관의 전면적인 개정은 내년 총회에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BIFF와 부산시의 갈등이 간신히 봉합됨으로써 불투명했던 올해 BIFF 개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동안 영화제를 흔들어온 서병수 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표현의 자유 및 영화제 독립성 보장 없이 인물만 바꾸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정원 간첩조작의 진실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자백'을 비롯해 해직 언론인 17명의 항거를 담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 등을 상영했다.

앞서 김승수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은 개막 연설에서 "영화의 본질은 영화를 만드는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에 있다"고 언급해 간접적으로 부산영화제 사태를 시사했다.

예술은 정치의 프로파간다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비판적 정신이 거세된 영역도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영화를 비롯해 예술 장르 뿐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권리다.

김동호 위원장의 위촉이 BIFF 개최를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영화계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