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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KBS2 '다큐멘터리 3일' 제공

오늘(17일) KBS2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에서는 '3.3km 아랫동네 이야기-을지로 지하도상가 72시간' 편이 방송된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울 중심지 아래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서울, '을지로 지하도상가'의 풍경이 소개된다.

3.3Km에 걸쳐 220여 개의 상가가 펼쳐진 국내 최장의 지하도상가인 을지로 지하상가. 과거 '멋쟁이들의 첨단 상가'로 7080 젊은이들의 낭만이 꽃 피던 을지로의 번영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들 아랫동네는 마치 옛 서울의 만물상을 보듯 오래된 레코드 가게, 복고풍 잡화점들이 여전히 그 자리 그곳에 남아 있다. 바쁜 지상 세계와 달리 한 박자 느리게 흘러가는 곳. 반복된 일상에도 낭만을 잃지 않은 이들의 72시간을 담아보았다.

복잡한 도심을 뒤로하고 지하로 내려가면 지상과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상인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자식을 장성하게 키우고 뒤늦은 청춘을 누비는 노년의 어르신들은 더위와 비를 피해 을지로 지하도 길을 걷는다. 쉴 곳을 찾아 들른 곳은 커피숍. 힘들지만 치열했던 시절을 보내고 이제야 한숨의 여유를 누린다. 그들의 만남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손경택 씨는 이곳이 바로 황혼의 쉼터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카메라를 배웠다는 박성원 씨는 당시 집 한 채 값에 버금가는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카메라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는 노년의 취미생활을 위해 찾은 단골손님들에게 더 괜찮은 카메라를 알려주고, 바꿔주고,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카메라 선생님이다.

또한 초상화가 좋아서 40여 년 동안 한자리에서 그림만 그렸다는 김진삼 씨는 문화공보부 미술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포기하고 이 길을 택했다 . 막상 그만두고 난 후엔 생활이 막막하기도 했지만, 초상화에 빠져 들다 보니 어느새 세월은 흘러 칠순의 노인이 됐다. 그는 자신처럼 잊었던 꿈을 찾기 위해 오는 제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을지로 지하도상가는 젊은이도 부담 없이 들렀다가는 곳이다. 3.3km의 긴 아랫길은 고궁까지 이어져 있어 이동이 편한데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료가 무료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내려 을지로 지하도상가를 들르는 20대 청춘들이 곳곳에 보인다.

을지로 지하도상가는 매일매일을 부지런히 일구는 서울 일개미들의 삶의 공간이다. 빠르게 흐르는 지상 세계의 속도에 자리를 넘겨주고 내려온 동대문 스포츠 상가 사람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새 길을 찾아 둥지를 튼 마음 여린 컵밥집의 아가씨. 한때 을지로 지하도상가의 번영을 이끌었던, 지금은 세월 따라 저물어 가는 일터를 꾸려가는 사무기기 사장님. 그들은 윗동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아랫동네에 찾아와주길 바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한편, KBS2 '다큐3일'은 이날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정진미 인턴기자 lauren9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