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예방 면회 제한 안내문만
감염예방 면회 제한 안내문만최근 집단 시설인 대형병원과 어린이집 등에서 결핵 감염이 잇따르면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4일 오전 수원의 한 대형병원 병동 입구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환자 병문안 시간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려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병문안을 제한하는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도내 대학병원 등에는 문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한국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병원 측에서도 문병객을 강제로 퇴실 조치할 권한이 없어 문병객에 따른 병원 내 감염병 관리가 또다시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안'에 따르면 평일 오후 6∼8시,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에만 병문안을 허용하기로 했다. 감기 등 감염성 질환을 옮길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 만 12세 이하의 아동, 만 70세 이상의 노약자, 단체 병문안 등도 제한했다.

병문안으로 환자와 문병객 모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병문안 자체를 자제하는 것이지만, 일선 병원 현장에서는 인식 부족 등으로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4일 오후 2시께 수원의 한 대학병원 내 승강기와 출입문 등 곳곳에 평일 오후 6시~8시 이외에는 병문안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안내문이 있었지만, 만 12세 이하의 자녀와 함께 병문안을 온 부모 등을 쉽게 찾을 볼 수 있었다.

수원의 다른 대학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보러 병문안을 온 이모(55·여)씨는 "병문안 시간 제한이 있는 줄 몰랐다"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병원에 가는 것이 불안했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권역 응급센터 40곳을 대상으로 불시 현장점검을 시행한 결과, 65~75%의 병원에서만 선별 진료와 출입 통제를 하는 등 의료기관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진료 문화도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 당국은 격리 병상 설치 등 내부 시설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출입 통제가 어렵고 문병객들이 병문안 시간 제한 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의료진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도내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문병객을 강제로 퇴실할 권한이 없어 문병 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