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내려앉은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5일 오후 2시께 성남 중앙시장.

지난 16일 새벽 원인모를 화재로 100여곳의 점포가 타버린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곳곳에는 타다 만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게를 지키고 있는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여전히 깊은 상실감과 허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설을 코앞에 둔 시점이지만 시장 표정이나 상인들의 표정 어디에서도 설대목에 따른 기대감이나 즐거움은 찾아볼수 없었다.

포목상 송인현(54)씨는 “설을 앞두고 설빔용 옷감 등을 잔뜩 들여왔던 탓에 물품피해만 1억2천만원이 넘는다”며 “당장 장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단골고객들까지 잃을 상황에서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갈지조차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다시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조금씩 솟아나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이 “그래도 설인데…. 걱정돼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는데…”라며 타다 남은 물건들을 팔기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상인회도 지난 24일부터 주변 인도에 간이 천막을 치고 아예 임시 시장을 만들었다. 비록 28일까지 운영되는 '시한부' 시장이지만 분위기는 열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기에 그을린 이불과 의류를 1천~2천원씩 헐값에 파는 상인들은 쓰린 속을 감춘채 손님들을 불렀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역시 물건값을 흥정하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날 중앙시장 안팎에서는 화재로 전소가 된 가, 나, 다, 라 동은 물론 피해를 입지 않은 마동 상인 등 모두 200여 상인들이 모처럼 활기찬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을 재연했다.

과일판매상 박모(63·여)씨는 “한복과 침구류를 팔다 처음으로 과일을 파는데 혹시 밑지는 장사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이렇게라도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천만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우선 설 전날인 28일까지 간이 시장을 운영한 뒤 설을 보내고 이후 대책에 대해서는 시와 논의 할 것”이라며 “제일시장과 단대오거리 부근에 임시 장터를 마련할 계획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설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시장에는 지난 16일 자정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가, 나, 다, 라 동 등을 모두 태워 3억9천만여원(소방서 추정)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