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거래처 확보등 난관 도처에
IT등 첨단분야 서울·판교로 옮겨
전문가들 "종합대책등 마련 필요"

인천에 자리 잡았던 창업기업들이 인천을 등지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로 터전을 옮기는 건데, 전문가들은 그만큼 인천의 창업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인천 창업기업의 잇따른 유출은 인천의 혁신성장 역량을 갉아먹을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 솔루션을 제공하는 A업체는 2012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 잡았다가 2년 만인 2014년 서울 신도림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 업체 대표 김모씨는 "몇 안 되는 구성원이 대부분 인천 연고이고, 인천에 있는 대학을 다녀 인천이 익숙했다. 그런데 거래처가 대부분 서울이라 관련 회의라도 하면 하루가 다 끝나고, 인천에선 협력업체를 찾기도 어려워 결국 임차료가 두 배 가까이 비싼 서울로 옮기게 됐다"고 했다.
인천 제물포스마트타운에서 IT서비스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던 B업체도 지난 5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로 자리를 옮겼다. 설립 3년째 되던 시점이었다. 이 업체는 거래처 영향으로 인천에 사무실을 냈는데, 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이 업체 대표 정모씨는 "한 번은 프로그램 개발자를 채용해야 해 면접 대상자를 정했는데 사무실이 인천에 있다고 하니 '못 오겠다'며 거절한 적이 있다"면서 "특히 IT 분야는 서울이나 경기 일부 지역이 아니면 사람을 채용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자리 잡았던 온라인 마케팅 분야 C업체 대표 김모씨 역시 "인력 채용, 거래처 접촉 어려움 등으로 지난 9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로 사무실을 옮겼다"고 했다.
인천지역 창업 지원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인천 창업기업 가운데 IT 등 첨단 분야 창업자를 중심으로 서울과 판교 등 경기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인천지역 한 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우리가 지원한 청년창업자 가운데 80% 정도는 인천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인천 창업기업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 자료는 없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조차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IT 분야는 인천 창업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다. 올 4월 기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업을 지원한 151개 업체 가운데 85개(56%)가 IT를 포함한 ICT 분야였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인천대·인하대·한국폴리텍대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와 1인 창조기업지원센터, 시니어센터 등 인천지역 창업지원기관에 입주해 있는 281개 기업 가운데 198개 업체(70.4%)도 4차 융합, 지식서비스 등 IT 관련 분야였다.
창업 환경에 변화가 없을 경우 언제든지 이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 산하 창업진흥원 감사인 김면복 한국소호진흥협회 인천지회장은 "인천의 창업기업이 빠져나간다는 건 인천의 혁신성장 역량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인천의 미래를 위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