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사는 고려인 2세 김 타티아나(44·카자흐스탄)씨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폈다. 정부가 학령기의 고려인·중국 동포 미성년 자녀들에게도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희소식을 접해서다.
김씨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10살 아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2018년 말 한국에 들어왔다. 좋은 의료시설을 갖춘 모국인 한국에서 아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마음이 그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은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다. 친척 방문, 가족 동거, 피부양 등에 따라 부여되는 방문동거(F-1) 자격을 가진 김씨의 아들은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애아동 돌봄서비스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게 3년간 집과 병원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한 김씨와 그의 아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란 벅찬 일이었다. 김씨는 거동이 어려운 아들을 돌보느라 아직 한국어조차 배우지 못했다.
뇌병변 10살 아들과 사는 고려인 2세
한국 온 후 집·병원 오가는 생활만
장애아동 돌봄서비스 못 받았는데
김씨는 법무부가 발표한 재외동포 포용정책에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학령기에 있는 고려인·중국 동포의 미성년 자녀들이 3일부터 재외동포(F-4)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장애가 있는 김씨의 아들은 정부의 다양한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지원받게 됐다.

이날 인천지역 고려인 지원 시민단체인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만난 김씨는 "가족이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바람과 달리 그동안 고립된 생활을 이어왔다"며 "아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여러 복지서비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우리 가족의 삶도 더욱 행복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 등 가족과 함께 2019년 한국에 자리를 잡은 고려인 2세 김 안젤라(49·카자흐스탄)씨도 "아들이 재외동포 비자를 받게 되면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에서 건강하게 자라 일자리까지 구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원단체, 법무부 포용정책 '환영'
고려인 지원단체도 재외동포 미성년 자녀에 대한 법무부의 포용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정책이 만 6~18세 이하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손정진 공동대표는 "법무부의 재외동포 포용 정책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만 6세 미만의 동포들도 재외동포 자격을 받고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