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잔문화복지센터 '목포기행' 기획

명성교회·연세대·선부복지관 협력

유가족-주민 안정 프로그램 다양
예산문제 어려움에도 필요성 제기


와동 모임
안산시 단원구 와동 주민들이 매년 '416을 기억하는 주민한마당'을 지역공원에서 열고 있다. /416기억저장소 제공

목포기행을 기획한 건 단원고등학교 정문에서 30m 떨어진 곳에 있는 '고잔문화복지센터'다. 2014년 9월, 명성교회와 연세대 대학원 상담코칭센터, 선부사회복지관이 협업해 문을 열었다.

세 기관이 힘을 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동체 회복'. 세월호 참사의 가장 가까운 목격자이자 간접적 피해자인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해서다. 더 깊게 들어가면, 유가족과 지역주민 사이에 생겨난 갈등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다.

이렇게 유가족과 지역주민들 간 접점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안산 곳곳서 일어났다. 상록구 반월동에 거주하는 이연우씨는 참사 1년 후 지역아동센터서 열린 유가족 간담회에서 마르고 기력 없는 모습의 유가족을 만난 후 마음이 바뀌었다. 반월동에 사는 '엄마'들과 함께 매달 한번씩 분향소에 밥을 지어 보냈다.

또 마을 축제, 자치회 행사마다 유가족을 위한 부스를 마련했다. 마을에서 공방 수업을 열면 416공방에 부탁해 유가족들을 강사로 초청했다.

고잔동에는 마을걷기 프로그램 '같이걷자'가 운영 중이다. 시민들은 마을해설사와 함께 고잔복지센터·원고잔공원·단원고등학교·화랑유원지 등 고잔동 곳곳을 돌며 세월호참사로 인해 달라진 마을에 대해 듣는다.

눈에 띄는 건 마을 해설사다. 참사 직후 단원고에서 6개월 동안 급식봉사를 한 향미씨와 참사로 아이를 잃고 또 아이가 생존한 지인을 모두 아는 용정씨 등 고잔동 주민 6명이 마을해설사로 나섰다.

■ 공동체 회복 시급한데 줄어드는 예산


유가족과 주민들이 스스로 관계개선에 노력한 건 피해자 보상, 기억교실 이전 등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이 격화되며 공동체 회복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산시민의 심리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국가의 책임으로 의무화한 '세월호피해자지원법'을 제정했고 안산시도 2017년부터 '공동체회복 프로그램(희망마을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이런 노력 덕에 안산 내 마을공동체 사업은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유가족과 지역주민들 사이를 연결하던 시도에서 나아가 기관 등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회복을 이어가려는 작업들이다.

참사 이후 주민들이 겪은 심리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웃대화모임'이 지역 내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주민갈등자율조정센터' 설립으로 이어진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안산 공동체 회복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종료됐다. 지난 2022년 말, 국무조정실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20억원을 투입해 사업 연장을 결정했지만 예산은 교부되지 않았다.

안산시 관계자는 "사업 관련 감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예산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올해는 안산시 자체 재정이라도 투입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 시민과 함께 추모 이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인천 내 유일한 '추모시설'이다. 참사 2년 뒤인 2016년 4월 개관했다. 매년 1만~2만여명이 추모관을 찾는다. 전시실과 봉안당으로 구성된 추모관은 방문객이 쉬거나, 단체 방문객이 전시 관람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없다. 안전 교육이나 세미나 같은 활동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추모관 측은 인천시와 증축 등을 협의하고 있다.

추모관 확대가 유가족들의 대외 활동을 늘릴 뿐 아니라 다른 참사의 희생자·피해자 연대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세월호 유가족은 이태원참사 유가족,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 등과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이 많은 참사 중에서도, 유일하게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만 추모관이라는 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태호 관장은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다른 참사를 알리고 기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16생명안전공원이나 추모관 등의 공간에서 시민 주도의 프로그램들이 함께 이뤄지면 참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고 일상 속 추모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고 제언한다.

김명식 신한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추모공간은 지역주민부터 올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한 활동뿐 아니라 통상적인 지역 공동체 활동들도 열리면 더 다양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생명과 안전, 참사만 부각되면 특수성은 있지만 대중성을 잃게 된다"며 "엄숙함이 부각될 게 아니라, 추모공간이 '일상'의 공간임을 알 수 있게 구성해야 하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한·백효은·목은수기자 dong@kyeongin.com

※경인일보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202404260100031890003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