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강추위에도 많은 시민이 매주 길거리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또 다른 봄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봄은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촛불을 쥐고 하얀 입김과 함께 구호를 내뱉어야 만날 수 있는 봄이다.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리처럼 봄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과 맞서 2021년부터 싸우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얀마인 5만3천173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 비자가 만료된 이들도 있지만 한국 정부의 인도적 조치 덕분에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살 수 있다. 법무부는 2021년 기존의 비자가 만료된 유학생, 노동자, 단기방문자들에게 인도적 체류 비자를 허가했다.
한국 정부의 보호 덕분에 한국에 머무르며 자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최근 한국에서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놓였다. 주한 미얀마대사관이 이들의 여권 효력을 강제로 취소시키고 있어서다.
법무부가 부여한 인도적 체류 비자는 매년 자격을 재심사한다. 여권 효력이 없는 이들은 비자를 재발급받지 못하게 된다.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고 어린이까지 징집해 내전을 벌이고 있는 군부 세력이 미얀마로 돌아온 이들을 어떻게 조치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미얀마인들에게 한국은 시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모범이자, 자신들을 돕기 위해 행동에 나선 든든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세력이 만든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가장 먼저 특사를 보냈다. 재한 미얀마인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며 우리 국민과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다시 한번 행동에 나설 때다. 하루빨리 한국과 미얀마가 자랑스러운 봄을 맞길 소망해 본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