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계 빨라지면서 시간표 꼬이게 돼
이재명 전임 지사 공공기관 북부이전 약속
후임으로 이어받아 ‘경기북도 설치’ 공언
두 정책과제 충돌할 수 밖에 없는데 추진

경기도지사로서의 김동연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탄핵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 때문이다. 유력 후보군인 김 지사가 ‘조기 대선’에 뛰어들 경우, 대선 올인을 위한 ‘조기 사퇴’로 도지사 직을 그만둘 수도 있다. 경기도는 이미 친문·친노가 집결한 ‘대선 캠프’가 돼, 정치조직으로 움직인다는 게 정설이다. 김 지사도 최근에는 대권 도전설을 굳이 부인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플랜B’로 불린지도 이미 오래다.
계엄 및 탄핵 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외부 요인이라면, 대선 열차에 직접 몸을 실으려는 김 지사의 의지는 내부 동력이 됐다. ‘대선’에 대한 그의 의지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김 지사의 SNS는 그가 보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경기도 살림을 책임지는 경기도백(道伯)의 SNS에서 경기도 소식은 점점 줄고, 중앙 정치 이슈만 채워지고 있다. 대권을 향한 그의 꿈은 이미 숨길 수 없이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 도지사의 대권 도전이 비판 받을 일도 아니다.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도, 경기도의 경사다. 차기 대권 주자 중에는 유독 정치적 연고가 경기도인 인물들이 많은 것도, 이번 조기 대선 국면의 특징이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단체다. 경기도지사는 당연직처럼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다. 역대 도지사들은 재직 시절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의 꿈을 꾸고 대선 주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 조금 상황이 다르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김 지사의 시간표도 꼬이게 된 것이다. 100조원 투자유치, GTX 플러스 등 역점 사업을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데 마무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역점 사업 중 갈등이 된 정책들이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다는 점이다. 후보지 선정부터 애를 먹고 있는 경기국제공항 등이 그 예다.
김 지사가 공약해 놓은 과제는, 경기도와 도민들에게도 숙제다. 또 차기 도지사에게까지 고민이 이어진다. 경기도 공공기관 북부 이전 문제가 실제 예다. 전임 이재명 지사는 도지사 시절 경기도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의 북부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진행과정 중 임기를 마치면서, 후임인 김 지사에게 과제가 넘겨졌다. 이와 별개로 김 지사는 경기북도 설치라는 새로운 공약을 도민들에게 약속했고, 이를 임기 내 이루겠다고 공언해 왔다. 문제는 전 이재명 지사의 공공기관 북부 이전과 현 김 지사의 경기북도 설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김 지사는 두 정책과제를 모두 추진하겠다고 해서 생겼다.
이재명 전 지사의 과제를 이어받기 위해 김 지사는 공공기관의 북부이전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이에 수 천억원을 들여 지난해 수원 광교에 청사를 새로 지은 경기도시공사·경기신용보증재단 등은 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짐을 싸서 경기 북부로 올해 이전을 해야 할 판이다. 경기북부에 다시 사옥을 짓고 새 출발을 하라는 지시인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기업지원에 책무를 맡아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도 대규모 사옥을 두고 북부 이전을 재촉받고 있다. 이사비용만 수십억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 지사가 약속한 경기북도가 설치되면 이들은 또다시 짐을 싸서 남부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북도 설치와 공공기관 북부이전은 공존할 수 없는 정책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던 이재명 전 지사도 경기북도 설치 등 분도 정책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경기북도가 설치되면 공공기관은 북부로 이전할 필요가 없다. 행여나 김 지사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해 경기북도 설치가 어려워져 공공기관이라도 이전하려 한다면, 경기북도 설치 정책을 임기 중에 폐기하는 게 맞다. 그래도 경기북도가 맞다면, 공공기관 이전 작업을 중지하고 ‘경기북도 설치’를 대선공약으로라도 걸고 올인 해야 한다. 김 지사가 대선을 위해 경기도를 떠나기 전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하길 바란다. 경기북도냐, 공공기관북부이전이냐.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