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보름이 넘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것 같다. 윤 전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오면서 ‘이기고 돌아왔다’는 기괴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비록 4시간 만에 철회했지만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윤 어게인’이라는 정당 창당을 시도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대다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고 ‘윤심’에 기대려는 듯한 행태도 보이는 실정이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가져야 할 반성과 사죄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선 판세를 가를 중도층 민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보수층조차 등을 돌릴 지경이다. 한 대행은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아직도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대행 출마론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덕수 차출론의 배경에 윤 전 대통령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마당에 한덕수 출마론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재명 일극체제’와 대비되려면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배제함으로써 역동성을 살려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탄핵 선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당이 민주당을 따라잡으려면 파격과 진정성을 무기로 천막당사라도 칠 각오로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예능식으로 치르겠다는 발상 역시 한가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의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대선이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치러진다면 대선 이후에 과연 국민의힘이 제1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막후 정치의 뜻을 접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힘도 윤 전 대통령 출당 등 확실한 거리두기를 통하여 탄핵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문수 전 장관은 “잘못하면 탈당시키고 잘라내는 것은 책임 없는 정치”라고 했지만 이러한 태도는 중도층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힘은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대선 참가의 의의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