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4.20 /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4.20 /연합뉴스

정부의 의료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천58명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의대 정원을 5천58명으로 2천명 늘린 지 1년여 만에 이전 규모로 환원시킨 것이다. 휴학 의대생들이 복학하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7일 학생들이 3월 안으로 전원 복귀하면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정부가 제시했던 증원 되돌리기의 전제조건은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왔으나 교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다.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면서 실제 복귀율은 40개 의대 전체 학년 평균 25.9%에 불과하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지난 2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낮다. 15개 의대 재학생 6천571명 중 실제 수업에 참여하거나 참여 예정인 학생은 254명(3.87%)에 그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보에 양보만 거듭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실패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중증 환자들이다. 정부를 믿고 그동안 고통과 어려움을 참아왔기에 배신감이 더 크다. 당장 환자단체들은 의대정원 원점 회귀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를 성토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향후 의료 개혁에 대한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자신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이전과 다르게 극도로 냉담해졌다는 점에서 의료계도 결코 승자라고 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환원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과욕’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가적 과제를 치밀한 전략 없이 의욕만으로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국민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정부 조치가 초래할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의료 전문인력 수급의 차질과 그로 말미암아 앞으로 확대될 환자들의 피해, 의대 증원 환원으로 인한 대입 준비의 연쇄적인 혼란과 사회적 에너지 낭비,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의료개혁 토양의 황폐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후유증 해소에 얼마나 많은 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새로 들어설 정부에게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패한 의료개혁이 남긴 과제가 만만찮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