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공공임대주택 부정 입주로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89년 도입된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비 경감을 위한 가장 확실한 정책이다. 지금도 치솟는 집값과 전세사기 공포에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하늘을 찌른다. 턱없이 부족한 공급에 입주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한다. 이 틈을 타고 부정 입주 사기가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1년 동안 부정 입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만 14건이다. 브로커들은 몇백만원만 주면 입주시켜준다는 덫을 놓아 모집한 의뢰인들을 임대주택 입주 자격자로 세탁해 준다.

한 브로커는 알선료를 낸 무자격자를 ‘3개월 이상 고시원 거주’ 조건을 충족한 거주취약계층으로 만들었다. 고시원장과 짜고 서류를 갖추는 수법이었다. 이런 수법으로 공공임대주택 부정 입주를 실행한 혐의자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최근 판결이 눈에 띈다. 브로커 A씨는 의뢰인 B, C씨를 고시원 거주자로 꾸며 부정입주를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B, C 두 사람은 각각 전세임대주택 전세금 명목으로 각각 9천500만원과 7천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A씨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주거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셈이다.

법원은 주거취약계층의 기회를 가로챈 사기혐의의 죄질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A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징역 1년6월이다. 지난 3월 의뢰자 B, C 두 사람에겐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1월에는 또다른 부정입주 사건 혐의자 9명에게 징역 6~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공범에게는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무겁다고 본 죄질에 비해 판시한 형량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공공주택특별법 상 부정 입주 사기 혐의자에 대한 최대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판부의 판단처럼 공공임대주택 부정입주 사기는 적법한 입주신청자의 주거 안정을 침해한 중대범죄다. 폐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엄청난 혈세가 투입된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예산 낭비도 막대하다. 그럼에도 법원 판결은 말로만 엄했지, 최고 형량 근처에도 못 갔다.

공공임대주택 부정 입주가 고질이 된 것은 사업주체인 공공의 관리 부실도 있겠지만, 반사회적인 범죄를 가볍게 다루는 사법의 관용 때문이기도 하다.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과 사법부의 엄단 의지가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