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여성영화제에서 퀴어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했다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은 인천시가 올해는 여성영화제 예산 자체를 일절 지원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다. 문화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천시의 구시대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천시는 지난 2023년 인천여성영화제를 주최한 인천여성회에 퀴어영화를 상영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이 차별 행위로 인정돼 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인천여성회는 당시 인천시가 기본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관련 부서 공무원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인천시에 인천여성영화제 지원 등 보조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자급 직원 대상 인권교육 실시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올해 예산 지원사업에서 여성영화제를 아예 빼버렸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꼼수다. 지원 사업이 사라졌으니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게 인천시의 논리다. 인권위에도 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회신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인천시가 시정 권고를 수용했는지 심의하기 위해 조만간 차별시정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인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소수자와 연대를 통해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2005년 시작됐다. 지금은 단순한 영화제를 넘어 지역의 ‘여성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퀴어부문도 영화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인천시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더해 예산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천시의 논리도 납득되지 않는다. 예산을 지원했으니 영화 상영 프로그램까지 통제하겠다는 인천시의 발상은 문화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최근의 문화 정책 방향과도 역행한다.
지난해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경우 이케아코리아 등 7개 글로벌 기업과 주한미국대사관 등 15개국 대사관이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인천시가 예산 지원을 거부하면서 올해 7월 11일부터 열릴 인천여성영화제는 시민 후원금과 단체 회비 등을 모아 개최될 예정이다. 인천시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시각으로 인천여성영화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인천시의 유연한 문화정책을 촉구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