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위헌 판결을 받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없이 22일 대통령후보 선출 1차 경선을 마쳤다. 국민 여론조사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를 2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했다.
국민적 호응을 기대했던 경선은 여론의 무관심과 후보들의 저조한 지지율로 당내 행사에 머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이, 경선이 한창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못미치는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더욱 나쁜 것은 민주당은 이 후보의 중산층 지지율 확장세가 뚜렷한데 비해 국민의힘은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망졸망한 상태에서 정체된 점이다.
이런 현상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입장 부재 탓이다. 많은 정치권 오피니언 리더들은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을 향해 당 차원의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문했다.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한 압도적 여론과 이를 헌법으로 확인한 헌재 심판을 부정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새로 세울 수 없다는 상식적인 정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당은 이를 외면한 채 경선에 돌입했고, 경선은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생각이 다른 후보들의 난장판이 됐다. 경선이 무너진 보수의 정체성과 자존을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파놓은 불법 비상계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후보들은 윤 전 대통령 배신자와 국민 배신자 그룹으로 분할돼 서로를 혐오한다. 선출된 대선 후보를 위해 원팀으로 결속할 분위기도 아니고, 대선 이후 보수 정당 재건에 힘을 모으기도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당의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겠다며 반 이재명 전선을 위한 빅텐트론을 펼쳤다. 하지만 불법 비상계엄과 파면된 전 대통령을 안고 있는 정당에 합류할 정치적 명분과 대선 승산이 취약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고민의 핵심도 현재 국민의힘과의 연대로 대선 승리가 가능한지 여부일 것이다.
대선후보 선출 2차 경선마저 ‘윤석열 공방’을 반복하면 국민의힘은 눈앞에 보이는 절벽에서 추락할 것이다. 불법 비상계엄과 이를 실행한 윤석열은 진정한 보수에게도 수치다. 2차 경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결별에 합의하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정치의 좌우균형을 복원할 수 있고, 국민의힘도 회생할 수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