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최근 법무부가 보호소에 장기 구금 중이던 나이지리아인 난민 신청자를 강제 송환하려다 항공사에 의해 무산된 사건에 대해 이주인권단체들이 반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난민 신청자 강제송환 반대를 외치며 법무부 호송버스 운행을 가로막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난민 문제 해법을 두고 법과 인권이 충돌하고 있다. 2013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시행된 난민법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으로 규정한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5천여 건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은 난민법 시행 이후 폭증해 지난해까지 총 12만2천여 건에 달했다.
외국인 난민 신청자는 평균 4년 6개월이 걸리는 난민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제한적이나마 생계를 위한 취업도 가능하다.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의 상당수가 국내 체류를 위해 법과 행정의 구멍을 이용한다 의심한다. 난민 신청자 절반가량의 국적이 난민 발생이 의심되는 국가들인 점도 의심을 키운다. 법무부는 경제적 목적을 위한 체류와 강제퇴거 저지 수단으로 난민 신청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려면 강제출국이라는 엄정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주인권단체들은 난민 신청자들을 국제협약상 보호해야 할 의무가 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번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발목을 잃은 난민 신청자 아미노씨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의 난민 신청자 강제출국과 불법체류자 단속을 반인권 행태로 규정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난민 신청자 중 난민 인정 비율이 3%가 안되는 현실 자체가 난민 인권에 반한다며 난민 인정 확대를 요구한다.
법과 인권은 충돌하면 안 된다. 불법체류 방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법무부의 입장과 이주 외국인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국내 1차 산업과 제조업 인력 부족으로 급증한 이주노동자로 인해 불법 체류 노동인력의 법적 지위와 인권이 충돌한 지 오래됐다. 난민 인정에 인색한 심사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중적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주 노동자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없고서는 맥락상 연결된 난민 문제 해결도 힘들다. 이주노동 현장에 가장 정통한 법무부와 이주인권단체들이 차기 정권에서 실행할 정책개혁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