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대통령과 대행 권한 달라

할일·하지 말아야 할일 구별하라”

‘대선 출마’ 명확한 입장 표명 안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4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4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실시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여야의 반응이 뚜렷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박수로 호응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자리를 지킨 채 무반응 또는 야유로 대응했다.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은 항의 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야유를 퍼붓거나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 대행은 연단에 오르기 전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의석을 향해 각각 한 차례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 대행의 연설 중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약 18분의 연설 동안 박수는 국민의힘 의석에서만 두 차례 나왔다.

시정연설은 조용히 끝나는 듯 싶었으나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이 연설을 마친 한 대행을 향해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떼면서 장내는 일순간 고성과 야유로 뒤덮였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의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발언에 “뭐 하는 거예요”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에서도 고성으로 맞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날은 통상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전 환담도 없었다. 한 권한대행 측에서 일정상 사전 환담이 어렵다는 의사를 국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과 맞물린 껄끄러운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본인의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시정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는 말만 하고 퇴장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밤 시작되는 ‘한미 2+2 통상협상’ 결과와 지지율의 추이를 지켜보며 다음 주 초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