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해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SKT는 사건을 인지 한지 열흘 만인 28일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천600여곳에서 유심카드(eSIM 포함) 무료 교체 지원을 본격 시작했다. 유심 정보 탈취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SKT 가입자 2천300만명에 알뜰폰 187만명을 포함하면 총 2천5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SKT의 유심 보유량은 100만개에 불과했다. SKT는 지난 25일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유일한 대책인 유심 교체는 빈약한 물량으로 무의미했다. 국내통신 사업자 1위라 하기에는 부실하고 초라한 대책이다.
유심카드 무상 교체 첫날 새벽부터 대리점마다 ‘오픈런’ 사태가 빚어졌다. 매장 개장 2~3시간 전부터 줄 서서 번호표까지 발급받았지만 대다수의 고객이 허탕을 쳤다. SKT는 온라인으로도 유심 교체 예약 신청을 받았다. 이 사이트에도 예약자가 폭주하면서 한때 대기 인원이 13만명이 넘는 등 접속 장애를 빚었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T는 5월 말까지 유심 500만개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입자들에게는 유심 불법복제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것도 권장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이 기막히다.
유심 정보 해킹 사태 열흘이 지나도록 명확한 피해 범위나 규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가입자 누구나 2차 피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28일 부산의 한 60대 이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새로 개통되고 은행 계좌에서 5천만원이 빠져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부 가입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공동 대응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소비자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진행 중이다.
이번 SKT 사태는 국가 중추 신경망인 통신 인프라가 뚫린 초대형 사고다. 휴대폰은 금융 자산을 거래하는 ‘손안의 은행’이자 디지털신분증이다. 각종 개인 정보를 탈취해 복제폰을 만들어 범죄에 악용한다면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SKT는 늑장 대응과 미흡한 대처로 가입자들을 공포에 내몰았다. SKT는 서둘러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 발생 시 100%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