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이 불타고 있다. 2025.4.29 /연합뉴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이 불타고 있다. 2025.4.29 /연합뉴스

대구시 도심 주택가를 위협한 산불이 29일 23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 28일 대구시 북구 노곡동 함지산 9부 능선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지역 민가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고 군용 헬기의 야간 진화 덕에 불길을 잡았지만, 지난번 경북 내륙 및 동해안 산불 때처럼 강풍이 그치지 않았다면 초대형 재난으로 번질 뻔한 대도시 산불이었다.

대구 도심 산불이 경기도에 경종을 울렸다. 경기도는 지난 수십 년간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부족한 토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산림지역 개발로 메워왔다. 말이 개발이지 제도적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해 훼손한 산림지역에 주택과 물류시설 공장들이 난립한 것이다. 즉 산림에 둘러싸인 건축물과 거주인구가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다.

특히 전원주택과 타운하우스 붐이 일면서 도내 주요 도시마다 산 능선을 따라 줄줄이 주택들이 들어섰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30가구 미만 주택개발 사업들이 연결돼 산허리에 위태롭게 매달린 대형 주거단지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필요한 땅만 절개해 옹벽 위에 시공한 건축물들은 방화선 없이 산림과 인접해있다. 산림지역에 들어선 대형 물류센터나 소규모 공장들도 부지기수다.

경기도와 시·군들은 그동안 난개발 저지를 위한 산림훼손 방지에 머리를 맞대왔다. 하지만 이번 대구 산불을 계기로 기왕에 건축된 산림 인접 주거지와 산업시설에 대한 산불 대책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대도시 산과 능선은 개방형 여가 공간이다. 지자체가 등산로와 텃밭과 캠핑장을 설치해놓았다. 산불 방지를 위한 입산 통제와 예찰이 이루어지는 국유 산림과 다르다. 사람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구 함지산 산불도 주민들이 왕래하는 농로에서 발생했다.

작은 불씨가 봄철 강풍을 타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으로 번지는 사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대도시에서 기상 상태로 진화가 지체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 피해보다 인명과 산업 피해가 훨씬 심각해진다. 산불이 날 때마다 부유층의 주거지가 소실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산불로 약해진 지반은 여름철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경기도는 곧바로 시·군과 함께 산불 취약지역 주거지와 산업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해 현장의 실상에 맞는 산불 예방 및 진화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