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총격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은행나무 침대2-단적비연수'의 키는 단연 '선사시대 의상'이 될 듯하다.

한 여인이 야욕과 증오로 시작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이 줄거리인 '-단적비연수'는 BC 300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초호화 캐스팅, 30억원 규모의 제작비, (주)강제규 필름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외에 '-단적비연수'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한국영상물 사상 처음으로 선사시대를 담아낸다는 점때문이다.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제주도 촬영을 통해 공개된 '-단적비연수'의 의상은 고증을 토대로 상상력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은행나무 침대'의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 박윤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50여권의 관련서적에다 현대적 감각을 더해 영화에 쓰일 의상 6백여벌을 복원해 냈다.

특징은 선한 부족인 화산족은 몽고복식을, 악한 부족인 매족은 인디언 복식을 응용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태고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는 점. 재료는 가죽이외에 대나무 쇠 삼배 면, 그리고 자갈까지 동원됐다.

들꽃같은 강한 생명력과 청초한 아름다음을 지녔지만 화산족과 매족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때문에 순탄치 않은 운명을 살아가는 '비'(최진실. 사진1)의 의상는 사포로 문댄 천을 진흙으로 물들였다. 순수한 영혼과 맑은 이성을 지닌 남자로 '비'와 가슴아픈 사랑을 나누는 '단'(김석훈. 사진2)의 경우는 '비'와 같은 방식의 의상으로 부드럼우과 지적인 면을 강조했다.

굴욕과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매족의 운명을 바꾸기위해 화산족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냉정하고 강인한 여족장 '수'(이미숙. 사진3)의 경우는 동으로 제작된 악세사리가 두드러진다. 화산족 왕손의 유일한 후예로 뛰어난 활솜씨를 가진 '연'(김윤진. 사진4)의 의상은 쇠 장식에다 기하학적 무늬의 자수를 더해 캐릭터의 특징을 표현했다. 또한 활달하고 강인한 전사로 '연'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비'만을 멀리서 쳐다보는 '적'(설경구. 사진5)의 의상은 대나무와 가죽을 활용, 전사의 이미지를 뽑아냈다.

이같은 '-단적비연수'의 의상은 시대극하면 떠오르는 '한복'을 탈피했다는데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쉬리'가 한국액션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듯이 '-단적비연수'는 한국영화가 소홀히 했던 '의상'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선사시대 의상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