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봉하는 '싸이렌'앞에 붙은 수식어는 '한국 최초의 파이어(Fire) 액션 블록버스터'. 순제작비만 30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싸이렌'은 그 스케일면에서 확실히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이런 '블록버스터' 앞에는 또하나의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할리우드 유사 블록버스터를 모방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싸이렌'은 결론적으로 '모방'이라는 말을 빼놓고 분석, 설명하기에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일단 영화는 '화마(火魔)'라든지 '자동차 연쇄충돌과 폭발'등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의 액션신들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점은 제작비의 한계로 인해 이미 주어진 명쾌한 사실이다.
'싸이렌'의 액션신들 역시 '분노의 역류'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봐온 것들을 축소, 재현해낸 수준이다. 예를들어 '화마'신의 경우 세트 촬영이라는 점을 감추지 못한 탓에 사실감이 떨어진다. '한국 액션의 새로운 시도'라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한 화살은 결국 액션을 뒷받침하는 드라마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싸이렌'의 드라마 또한 아쉽게도 할리우드식 흥행 요소들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준우(신현준)는 어릴때 부모를 잃은 상처를 보상받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조대원. 반대로 현(정준호)은 이성적이고 온화한 인물. 성격이 상반된 두 남자의 갈등과 화해라는 '드라마 줄기'는 매우 전형적인 것이다. 영화는 여기에다 준우를 사랑하는 예린(장진영), 화마로 가족을 잃은뒤 현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날을 가는 형석, 현과 관련된 산악인등을 등장시키는 '가지치기'를 시도한다.
영화는 이런 줄기와 가지사이를 오가고, 그 이음새는 대체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다. 문제는 줄기나 가지등이 속들여다보일 정도로 평이하고 틀에 박힌 것이어서 흥행 요소들을 고루 안배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준우와 예린이 만나는 장면이면 어김없이 깔리는 팝 발라드나 사이코 형석과 현의 1대1 대결등이 그런 것으로 이는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에 다름없다.
특히 영화내내 구조대원으로서의 사명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의 상처때문에 갈등하던 준우를 '영웅화'하는 결말은 할리우드식 영웅만들기의 재현이다. '싸이렌'에서는 성공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담아냈던 할리우드와는 다른 차원의 드라마나 우리 정서및 긴장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사실은 할리우드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싸이렌
입력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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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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