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124분/전체관람가
구름 속에 묻혀 하늘을 떠다니는 성(城) 라퓨타. 먼 옛날 첫번째 기술 문명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기, 전쟁을 싫어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발달된 기술로 이 성을 만들어 이주했다.

지나치게 발달한 과학기술의 탓일까? 라퓨타 성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기원전 몇백년쯤 돼서는 질병으로 아무도 살지 않게 됐다. 이제는 성에는 로봇들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성은 사람들 머릿속에 전설로만 묻혀있다.

30일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그의 작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비행 장면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목적을 품은 채 향하는 곳은 신비한 돌의 힘으로 하늘에 떠다니는 성 라퓨타.

86년작인 이 영화는 지금까지 줄곧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제작해오고 있는 지브리 스튜지오의 창립작품. 공중에 뿌리를 내린 채 구름을 헤집고 하늘에 떠다니는 이 라퓨타 성의 이미지는 당시 왠지 모르게 자꾸만 하늘을 보게 된다는 신조어 '라퓨타 신드롬'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는 자연에 대한 애정, 기계 문명에 대한 비판과 반파시즘, 여기에 서로 끔찍이 아끼는 두 남녀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발가락 혹은 손가락으로 아슬하슬하게 매달리는 장면까지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래소년 코난'의 유머와 '마녀배달부 키키'의 맑은 하늘, '붉은 돼지'의 반파시즘, '모노노케 히메'의 친 자연적 내용을 좋아하는 감독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수작.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빠짐없이 음악을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가 들려주는 선율도 뇌리에 남는다.

광산촌에 사는 고아 소년 파즈. 이곳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견습공으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빛나는 돌 목걸이를 건 채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의 이름은 시타. 그녀는 군대와 해적 양쪽으로부터 쫓기는 신세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좇고 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하늘에 떠다니는 성 라퓨타다.

파즈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이 성을 본 적 있지만 아무도 이 말을 믿어주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고 파즈는 라퓨타를 찾기 위해 비행선을 만드는 중이다. 한편 시타는 라퓨타 성에 살던 왕족의 후예다. 그녀가 목에 걸고 있는 '비행석(石)'은 라퓨타의 비밀을 간직한 열쇠. 그녀가 사람들에게 쫓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성을 찾아 떠나기로 하는 두 사람. 하지만 무스카의 군대에 쫓기면서 상황은 어렵게 돌아가고 결국 비행석을 이들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제 무스카의 비행선은 비행석의 힘을 빌어 라퓨타로 향하고 파즈와 시타는 해적무리와 힘을 합쳐 이들을 뒤쫓는다. 상영시간 124분. 전체관람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