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에 어떤 절박함이 있어서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2014년 개장을 앞둔 인천신항의 항로수심 문제였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계획, 추진중인 인천신항의 항로수심은 14m. 길이 6m 크기의 컨테이너 4천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4천teu급 선박까지 취항할 수 있다. 항만물류의 추세를 감안할 때 이 정도 선박의 최대 운항 노선은 동남아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북미나 유럽 등 세계물류의 대동맥과 같은 이른바 간선항로에 취항하는 선박의 규모는 8천teu급 이상이다. 이 선박이 운항하기 위한 최소 수심이 16m다. 수년간 인천항만업계를 중심으로 인천신항의 수심을 16m로 준설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8천teu급의 선박이 기항할 정도로 물동량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에서다.
인천신항에 8천teu급 선박이 취항할 수 있느냐 여부는 곧 인천항의 성장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선박을 고속열차(KTX)와 비교해 보자면, 8천teu급 이상의 선박이 들르는 항만이 고속열차 정차역이라면, 4천teu급 미만의 선박이 취항하는 항만은 일종의 간이역이다. 고속철도 역세권과 간이역세권의 성장가능성을 따져보면, 왜 인천신항의 수심을 16m로 준설해야 하는지 수긍이 갈 듯싶다.
아무튼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들은 인천항만업계의 절박한 호소와 이에 대한 국토부 관계자의 입장을 차례로 경청했다. 그리고 인천항만업계가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을 공감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인천항의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번 대선국면에서 각 당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하자는 구체적인 해결방법론까지 제시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다짐과 약속이 어떻게 지켜질지 인천항만업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인천항의 성장이나 발전은 결코 인천지역이나 인천시민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인천항에 북미나 유럽항로가 개설된다면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애써 인천항을 외면하고 비싼 육상물류비를 추가 부담하면서 부산항과 광양항까지 가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원가절감에 따른 수출경쟁력 향상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혜택은 국가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및 억제 정책으로 인천에서는 지난 수년간 수많은 대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올 하반기 국립해양조사원의 부산 이전 등 공공기관의 '탈인천'도 줄을 잇고 있다. '인천에서 앞으로 뭘로 먹고 살아가야 하나'는 자조섞인 걱정도 커져가고 있다. 인천항은 세계 최고인 인천공항과의 인접성으로 인해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복합물류 창출이 가능한 그야말로 숨길 수 없는 '비교우위'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무궁무진한 인천항의 성장 잠재력을 애써 짓누르려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 당국에 다시한번 성찰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