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에다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도내 시·군 경로당의 에어컨이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고 있는 안산지역의 한 경로당에는 1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낮 시간에도 선풍기 3~4대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에어컨이 있지만 언제 전기가 끊길지 모를 정도로 전력난이 심하다는 소식에 좀처럼 전원 버튼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한 70대 어르신은 "나라에서 전기가 모자란다고 걱정을 하니 어떻게 마음대로 에어컨을 켤 수 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로당 에어컨이 그림의 떡이 된 데에는 어르신들의 '애국심' 말고도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월 15만원 정도에 불과한 경로당 운영비로는 에어컨 전기요금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안양·광명·김포 지역의 경로당도 비슷했다. 거의 매일 경로당을 찾고 있다는 김은섭(71)옹은 "예년의 경우 7월과 8월에 특별냉방비 10만원이 지급되는 게 고작이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무더위에 약한 어르신들이 자칫 건강을 해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찬호 가정의학 전문의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은 무더위 속에 건강을 잃을 수 있다"면서 "외출을 삼가고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한 가운데 물을 자주 드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데다 전력난이 가중되면서 자치단체의 고민이 어느 해보다 커지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최근에 국가 지원 등으로 경로당에 에어컨이 많이 보급됐지만 전기요금 문제로 가동을 안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절전 분위기 속에 어르신들이 올 여름을 어떻게 나실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독지가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지방종합
냉방비 냉가슴 '노인건강 블랙아웃' 우려
대다수 경로당 운영비 부족… 무더위 속 에어컨 못켜
고령층 인구비율 높은 지자체들 대책 마련 절치부심
입력 2013-06-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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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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