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에서 고추농사를 짓고있는 최모(76)씨는 요즘 하늘이 원망스럽다. 수확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고추의 생육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약 대신 천연재료인 할미꽃 추출물을 써 큰 수확을 거뒀던 최씨는 올해도 할미꽃 추출물을 사용했지만, 예년에 비해 일교차가 커지면서 고추의 면역력이 약해져 오히려 병충해만 심해졌다. 게다가 자라는 속도도 더뎌 큰 수확은 커녕 한해 농사를 망칠까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 고추가 일교차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며 "예년엔 여름철에 일교차 걱정할 일이 없었지만 최근 기후가 이상하게 바뀌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마른장마로 농작물 관리에 홍역을 치른 농민들이 최근 일교차가 커지고 강수량이 떨어지는 이른바 '사막기후화'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 여름철에는 국토 전체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열대야 현상이 아침까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일교차가 줄어들어 농작물 생육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면서 봄·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복사냉각이 곳곳에서 조기 관측되고 있다.

복사냉각은 낮에 받은 태양에너지가 밤에 빠져 나가면서 지면이 냉각되는 현상인데 최근들어 온실처럼 대기를 덮어 열이 빠지는 것을 막아주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자 여름철에도 복사냉각이 생기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일교차가 커지면 작물의 면역력이 떨어져 병충해가 생기기 쉽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작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