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올해는 현장체험학습 안간대요. 학년 높아져서 이제 놀이공원으로 소풍갈 수 있었는데...너무 아쉬워요. 도대체 왜 안가는거야..” 아쉬운 마음에 투덜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못 간대? 아쉽겠다” 라고 대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 소풍 하나 책임질 수 없는 사회 구조와 그 세상을 만든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우리 모두가 원인이니까요.
지인의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게 됐습니다. 119를 불러 급하게 병원을 찾아나섰지만,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사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겨우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가까스로 치료를 받고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의료대란은 우리 현실 과 직결된 문제이며 심지어 이제는 고착화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 일이었죠. 정말 대한민국에서 아프면 안되겠구나 하는 공포가 느껴졌다고 합니다.
뭐, 사소하다고 말하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죠. 정치개혁이니, 개헌이니, 거의 매일 뉴스의 대부분을 장식하는 정치이슈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 사소한 것들 때문에 국민의 삶은 ‘실제로’ 매우 피폐해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매일 ‘대선’ ‘빅텐트’ ‘정권교체’를 이야기하지만 후보들 중 누구 하나 아이들이 5월 소풍을 가지 못하는 일을, 아플때 병원 갈 일이 공포가 된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서민들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악랄한 사회 구조에 대해선 무관심하죠. 하물며 그 좋아하던 정치 이념 혹은 신념조차 사라진, 고작 ‘세싸움’ 밖에 안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게 선거판이니 말입니다. 이번 선거를 국민들이 어떻게 심판할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이번주 일목요연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