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대폭 삭감이유로 막말
구의회 협의없이 일방 인사
노조갈등 폭발 구정 파행…
막가파식 권한 남용에 ‘씁쓸’
견해 다르면 자신을 낮추거나
소통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


민선단체장 체제가 부활한 지 벌써 20년이 지나고 있다. 단체장들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역사를 쓰고 있으니 그동안의 시행착오들이 개선됐어야 하나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지역들이 있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진다. 일부 지자체장들의 부정적 행태들이 아직 잔존하고, 그중 인천지역에서 유독 그런 사례가 많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Y 구청장은 최근 구의회가 추경예산안을 대폭 삭감했다는 이유 등으로 본회의장에서 막말을 하는가 하면 구의원들에게 훈계조의 비아냥거림은 물론 구의회 직원 대다수를 의장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 조치해 의회와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 게다가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빌미로 두 명의 과장급 간부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시로 전출시키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벌써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을 정도이니 구정을 무심(無心)하고 공평하게 수행하는지 의아해 하는 주민들이 상당하다.

N 구청장은 노조와 갈등이 폭발해 구정이 파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임 초 전 직원에게 근무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여성사무관 전원을 동장으로 발령하는 등 시대착오적 행정을 강행하더니 최근에는 공무원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충돌 사태까지 빚어져 시민단체들로부터 지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니까,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 하니까 하는 것은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다. 만일 판단이 옳다면 그것을 실천하고 개선하는 행동이 지탄받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구청장이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막가파식의 권한을 휘두르는가. 그 권한은 구민을 먹여 살리고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사용하라. 가장이 나가서 돈을 벌어올 생각보다 밥그릇이나 세고 반찬을 타박해서는 안 된다. 구청장이라면 구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적인 일에 매진하고 내부 행정은 부구청장이나 실국장들에게 위임하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직원들이 구청장을 멀리하는데 대 시민서비스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구청장은 구의 주인이 아니다. 위임받은 심부름꾼일 뿐이다. 그저 작은 고을 하나 정도 관리할만한 위인이 황금 권좌에나 앉아 천군만마를 거느린 것처럼 행동한다면 무덤의 장자(莊子)가 다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의욕과 추진력도 좋지만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할 줄 아는 것이 지혜이고 자격 요건이다. 견해가 다르면 자신의 기준을 낮추든지 소통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 수십만의 지역주민들에 무한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을 관리하고 단체나 의회, 시 등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위치이니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게 구청장의 책무인 것이다. 각종 법규를 준수하고 주민의 여론을 따라야 할 구청장이 쥐꼬리만한 재량권을 이용해 어찌 사조직이나 사기업처럼 공조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인가. 주어진 임기를 채우고 떠나면 끝이라고 한다면 정말 무책임한 소인배의 말씀이다. 남아있는 구 직원들이 기억하고 후퇴된 구의 역사가 기록한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의 몫이다.

간신은 비(碑)를 만들어 세워 후세가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정약용은 주장했다. 장본인들은 내가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한번 진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회장·전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