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인들은 그가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고독할 때도 많았다. 처형되기 전날 밤 제자 세 명과 함께 마지막 기도를 위해 게세마네 동산으로 갔다. 밤이 새도록 기도하는 동안 같이 갔던 제자들은 잠이 들었고 고독과 죽음의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 기도의 시작은 죽음에서 건져달라고 간청이었지만 끝은 인류구원을 위한 십자가 죽음이라는 비장한 결단이었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기도가 없었다면 한 나라의 군주가 되 달라는 주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석가모니는 홀로 보리수 아래에서 고행하며 성불했고 스님들은 한해에 수개월을 개인 선방(禪房)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묵상하며 진리를 깨우친다. 이순신은 가끔 한산섬 홀로 망루에 올라가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고 모차르트, 니이체, 칸트는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지혜로운 자에게 고독은 헛되고 무익한 것이 아니다. 나를 발견하고, 자신이 숭배하는 신과 교감하며 이를 통해 정제되고 단련된 정신이 창의력으로 승화하는 계기가 된다.
나는 지금 혼밥 생활을 하며 고독의 여정을 걷고 있다. 달포 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의정부 신한대학교 혼밥 대학생 14명과 조촐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김웅용 교양학부 교수, 김영성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기인 시인도 초청했다.
아이큐 210의 천재소년이었던 김웅용 교수는 여덟 살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혜의 축복만큼 아픔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10년 동안 이역만리 타국의 한 조그마한 연구실에 홀로 앉아 수학계산을 했던 외로움과 향수는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 상황에 마냥 갇혀있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 검정고시를 거쳐 당당히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 고독한 나날들을 이겨낸 결과였고 그 역경과 인내의 삶은 오늘 날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있다. 지금도 청주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지만 학생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이기인 시인은 혼자일 때 찾아오는 고독을 애써 피하려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향유하라고 일러줬다. 그러면서 "고독할 때는 시를 써보라. 고독감이나 상실감이 훌륭한 시를 창작하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식품영양학의 권위자인 김영성 교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혼자서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건강은 필수요소.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롭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뇌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포도당의 원천인 탄수화물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친구처럼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밥을 먹고 도란도란 담소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두가 혼자만의 시간을 체험하고 있는 터라 모처럼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의미 있는 만남으로 여겼으리라. 이제 그들과 나는 다시 각자의 고독한 삶으로 돌아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말처럼 학생들은 능동적 고독 속에서 더 성장할 것이다.
나는 매일 해가 지면 숙소로 고독을 맞으러 간다. 우선 지친 몸을 쉬고 깊은 사색에 젖을 수 있는 나만의 둥지가 있어 감사하다. 그곳에서 니이체 철학서, 안데르센 동화를 읽기도 하고 여러 문제로 고뇌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을 먹고 입고 마실까'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영유아 인성예절교육원이 문을 닫게 생겼다는데, 장애인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등의 수많은 민원사항에 대하여도 고민을 한다.
"혼자 있을 때 볼 수 없던 것을 본다",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그래 ! 깊이 고민하고 애절히 기도하면 그 길을 보여주시겠지.
/이세정 경기도 복지여성실장·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