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제 먹고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을 만큼 생활 수준이 좋아졌고, 복지도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마슬로우의 욕구 5단계 설에서도 보듯이 생존 욕구 단계를 넘어 안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젠 우리 자신이 안전하기를 원하고 또한 안전을 위해 다소 부담도 감수할 자세가 되었으나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까지 비용을 들여가면서 실익이 있을지 이해타산을 따지면서 망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약방의 감초같이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헬렌 조페에 의하면 이런 상존하는 위험에 대해 대중들 스스로는 자신은 무관하다고 믿으며 그 위험을 야기한 것은 다른 외부 존재라 여기는 반응, 즉 '나 아닌 타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면 왜 사람들에게 안전불감증이 생기는 것일까?
다소 시간이 흘러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생생히 기억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위험에 대비하는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사고와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을 한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서로에게 위험과 안전을 일러주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안전생활의 실천이고, 안전을 담당하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의 적은 오만, 자만, 거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정도면 되겠지", "괜찮아", "대충대충", "빨리빨리"와 같이 몸에 익혀진 대로 그냥 생각없이 행동을 하다 보니 끊임없이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사고나 사건이 날 때마다 잠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곤 하였다.
이제 안전은 겸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를 뒤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와 행동을 익히는 작업을 시작할 때이다.
그래야만 지금까지의 그 묵은 앙금을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안전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안전의 기본은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겸손하게 디테일한 부분부터 출발 할 때이다.
그 좋은 예가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였을 때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가 기적적인 일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릭 리스콜라라는 안전총괄책임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18년간의 지속적인 대응훈련의 결과로 위기가 왔지만 2천700여명의 직원들이 안전하게 대피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소방안전을 담당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종 종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 왔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정말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행복을 지켜주는데 조금이나마 밀알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곤 한다. 우리는 위기에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평상시에 익힌 지식과 기술이 위기가 닥쳤을 때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몸으로 익히는 것이 최선의 안전대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신건진 건진 소방시설 관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