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주 교수
박방주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세밑에 듣는 소식은 밝은 것을 찾기 어렵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할 정도로 높고, 내년 경제성장률마저도 2% 초·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계속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성장동력 발굴의 창구 구실을 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최순실 사태'로 날벼락을 맞았다. 그 바람에 이제 겨우 일기 시작한 청년 창업의 불씨마저 사그라질까 걱정이다.

경제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일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때 핀란드의 경제를 떠받쳤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스타트 업(start-up)'붐이 일고, 그 결과 핀란드에 새로운 활력이 넘쳐 나는 것은 경제 침체 일로에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전체 법인세의 23%, 수출의 20%를 담당할 정도로 공룡 기업이었으며, 인재의 블랙홀이었다.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그 직원들이 나와 세운 벤처기업만 400여 개가 된다는 통계는 흥미롭다.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는 듯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청년 창업을 계속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청년 창업 등 스타트 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각종 정책 자금을 쏟아부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할 것 없이 나서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 덕에 청년 창업을 비롯한 스타트 업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고,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창업현장을 지켜보는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아 보인다. 양적인 지표에 치중한 나머지 알찬 성공 창업은 찾기 어렵고, 글로벌 성공 창업도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청년들이 보는 창업관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정부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공급자 위주의 정책 자금 집행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퍼주기식 각종 지원 정책은 '좀비 기업'을 양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자생력을 키우기보다는 창업 초기부터 지원 정책에 맛을 들인 기업들은 여전히 정부만 바라보게 된다. 실제 주변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각종 공공기관을 철새처럼 떠돌며 '지원 정책'의 단물을 챙기는 기업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한다.

두 번째는 정부 지원에 대한 양적인 평가지표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지원 첫 단추부터 끝날 때까지 평가 지표가 사업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단 하나의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해 '성공 창업'이 되게 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창업 건수보다 질로 경쟁하는 정부 정책이 돼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원리에 따라 창업이 이뤄지고, 그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개인과 창업투자사가 많아지고, 그 자금을 자양분으로 더 큰 기업으로 커 갈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주변에 널려 있는 각종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실패=영원한 신불자'라는 공식이 계속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청년 창업가의 싹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는 것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자녀의 창업을 극구 말리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창업생태계'의 미비점이 개선돼 청년들의 창업 대열 합류가 급증하고, 가족들도 자녀의 창업을 권유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박방주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