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훈 인천시 국제협력관
박찬훈 인천시 국제협력담당관
요즘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흔히 쓰는 말 중에 하나로 '가성비'란 단어가 있다. 노트북과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은 물론, 마트에서 커피 한잔을 사 먹고도 사람들은 지불한 금액 대비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가성비가 좋다, 나쁘다"로 표현한다.

역동적인 세계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인천시는 2006년부터 송도를 중심으로 국제기구 유치에 공을 들여 녹색기후기금(GCF)을 포함한 13개의 국제기구를 유치했고, 이들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인원만 해도 90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211명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중심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에 매년 7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는 데 비해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국제기구 유치의 가성비가 문제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기구 유치 효과는 장기적이고 무형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계량화된 수치로 가성비를 따져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으나,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이나 국제기구 근무자 소비 지출, 내국인 고용 창출, 국제회의 개최에 따른 마이스·관광산업 활성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제기구 211명의 근무자와 그 가족이 인천에서 생활하면서 소비하는 비용은 약 274억원(유엔 기준 적용)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인천에 있는 국제기구들이 개최한 46회 국제행사에 2천300여명(2015년 기준)이 참가했는데, 국제회의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역호텔, 요식업, 쇼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국제기구의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기여 활동'도 간과할 수 없는 효과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유엔재해경감국제전략 동북아사무소(UNISDR),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등 여러 국제기구는 인천 대학생들에게 국제기구 체험 기회를 제공해 이들의 경력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유엔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교육원(UNAPCICT) 이현숙 원장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대표자들이 인천 학생 등 시민을 상대로 재능기부 특강을 실시하는 등 지역사회 국제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시는 사무실 임차료와 운영비 등으로 국제기구에 72억원(2016년 기준)을 지원했다. 우리 시의 재정 형편으로 봤을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마중물이 되어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대형 국제기구 사무국도 유치하고 국제기구 중심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존 국제기구에 대한 과도한 재정 지원에 대해 인천시에서는 계약 만료 후 재약정 시 부담금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또 탁월한 입지 조건과 국제기구 활동이 검증된 도시로서의 위상이 높아져 사무공간 제공만으로도 국제기구 유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추가 유치에 따른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브뤼셀, 제네바, 방콕, 싱가포르, 헤이그 등 세계적인 국제기구 중심 도시 예에서 보듯 국제기구 전용 건물 등을 통해 사무공간을 무상 제공하는 것은 국제기구 유치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인천시도 앞으로는 사무공간은 제공하되, 운영비 지원과 같은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은 지양하고, 고용 및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기구들을 선별적으로 유치해 국제기구 유치의 가성비를 높여가고자 한다.

필자는 우리 인천시가 2050년 세계인이 찾아오는 글로벌 플랫폼 시티로 구색을 갖추는 데 국제기구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자본과 여러 가지 개발사업을 통해 그럴싸한 도시의 외관은 갖출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은 국제기구나 세계적 NGO를 통해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고 수시로 국제회의가 개최되는 등 북적거리는 세계인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뉴욕, 브뤼셀, 제네바, 싱가포르, 헤이그 등 세계적인 국제기구 중심지는 모두 활력있는 국제도시로 번성하고 있다. 국제기구가 있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검증된 국제도시 위상, 국제사회 기여 이미지 등은 어떤 홍보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 이미지 제고와 같은 무형의 효과와 함께 앞서 언급한 국제기구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지역사회 기여 활동 등을 고려한다면 국제기구 유치의 가성비 논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찬훈 인천시 국제협력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