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人物)'이란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지만 왜 '人+物(사람과 물건)'인가. 어떤 때는 인격체인 사람답다가 어떤 때는 한낱 물건에 지나지 않는 몰인격(沒人格)체로 전락하기 때문인가. 일본어 중국어의 '人物' 뜻도 마찬가지다. 더욱 웃기는 건 일본에선 같은 '자루 병(柄)'자를 써 사람 몸뚱이는 '신병(身柄→몸 자루)'이지만 인품, 사람됨을 가리킬 때는 '인병(人柄:히토가라)'→'사람 자루'라는 거다. 또한 한국에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人才,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人材지만 중국에선 人才(런차이)도 人材와 같은 뜻이다. 별난 건 또 본받을 만한 전형적 인물은 '인판(人版:런반)'이고 뛰어난 인물, 특출한 인재는 '뾰족한 첨'자를 써 '인첨자(人尖子)'라고 한다는 점이다. 뛰어난 인재에다 인격까지 고매한 사람은 '사람 중의 용(人中龍)'으로 우러르고….
정부 주요인사 청문회 때마다 인물 인재난이 심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천하의 명 속담인가, 아니면 아무리 두들겨 패듯 털어대도 먼지 한 점 날리지 않는 사람도 쌔고쌨건만 그런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인가. 다시 말해 하늘 아래 명마(名馬) 준마(駿馬)는 얼마든지 있건만 그런 말 감정을 제대로 해내는 백락(伯樂)과 같은 눈을 갖추지 못한 탓인가. 도대체 인물 인재에 무슨 흠결이 그리도 많고 결격 사유가 그리도 가지가지인지 청문회에 모셔진 영예로운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반칙을 안 하고 파울을 하지 않고서는 행세를 못하나. 스포츠 경기에서 고의적인 파울은 옐로카드, 두 번째는 레드카드(축출) 아닌가. 문 정권이 인사 원칙에서 배제시킨다는 5대 사유(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만 해도 보통 선량한 시민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문 정권이 고위공직자 임용 새 기준을 마련한다니까, 본인 외에 가족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게 어떨까. 평소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신(修身) 여하까지만 검증하고 제가(齊家) 여부는 배제시키자는 거다. 장차 치국평천하까지 할 인물도 아니고 나라의 운명(國步)을 좌지우지할 인물도 아닌 바에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