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장수삿갓조개 12개체 찾아내
국내 최대 서식지 기록되는 쾌거
어류분야 '고려실횟대'도 첫 발견
다양한 조사 통해 기후변화 따른
생물종 분포 북상연구 중요지 확인

소청도는 중국 산둥반도와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남북과 동서 간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 중 75%가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중요한 기착지가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숲이 우거져 있어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먼 길을 날아오느라 지친 철새들에게는 주린 배도 채우고 쉬어도 갈 수 있는 최적의 쉼터인 것이다.
철새에게 매력적인 섬 소청도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동시에 서식하는 특수한 지역으로 생물 다양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지표종을 모니터링 하기에도 적절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생물지리학적으로 우리나라 생물상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요충지인 이 지역은 많은 연구자가 주목하고 있어, 생물종 목록에 대한 사전조사와 정보수집 등의 기초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서북단에 위치해 북한과 인접한 탓에 조사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지역의 생물상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 연구에 필수적이라 보고 올해 처음, 서해5도의 생물상 종합 조사를 위해 포유류, 조류, 어류, 미생물 등 12개 분야의 전문가 35명의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하였다. 이번 조사는 단일 분류군이 아닌 첫 종합 조사로, 서해5도에 대한 전방위적 생물조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조사의 성과는 의외로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13일에서 20일까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일대에서 벌인 1차 종합조사에서 놀랍게도 멸종위기종이 10종이나 발견되었고, 국내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회색바람까마귀, 검은다리솔새, 귤빛지빠귀 등의 길잃은 새가 관찰되기도 하였다. 특히 서해5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멸종위기종인 장수삿갓조개 12개체가 발견되어 국내 최대 서식지로 기록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어류 분야에서는 충남 태안 이남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고려실횟대'가 서해5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이를 통해 북방한계선이 크게 북상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조사결과를 통해 서해5도 지역이 국내 생물종의 분포와 기후변화에 의한 국내 생물종 분포권 북상 연구에 대단히 중요한 지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렇게 중요한 생물자원의 보고인 서해5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생물 다양성 기초 조사를 2019년까지 마무리하고, 이후 본격적인 심화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현재 소청도에 건축 중인 국가철새연구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물론 철새의 이동 경로 파악 등 종합적인 철새 연구와 조류독감(AI)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과 대응방안 모색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센터는 다양한 분야의 생물 다양성 조사와 연구를 즉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됨으로써 이 센터 개소를 거점으로 하여 서해5도 지역의 다양한 생물종 조사도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서해5도뿐만 아니라 서·남해 도서 지역, DMZ 등 아직 발굴되지 않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많다. 이번 서해5도 조사를 시발점으로 삼아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미발굴 지역의 생물자원 조사를 통해 생물자원의 주권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우리 국민이 생물자원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것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