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준-수원시 기획조정실장
홍사준 수원시 기획조정실장
한 지붕 생활권이 행정구역상 다르다는 이유로 두 지붕으로 나뉘어 살림을 해야 한다면? 생활권과 행정권의 차이로 인한 불편해소를 위한 민원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합리한 행정경계를 놓고 지방정부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정부들의 조정 능력은 주민 열망에 한참 못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원시와 경계하고 있는 용인시의 아파트단지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코앞에 학교를 두고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아파트와 인근 타운하우스, 다세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 90여 명은 집에서 246m(걸어서 4분)밖에 안되는 학교를 두고 위험한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척에 있는 학교는 수원 황곡초등학교이고 8차선 도로 건너 멀리 있는 학교는 용인 흥덕초등학교다. 학생들이 행정구역상 학군 배정에 따라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먼 길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멀쩡한 학교를 앞에 두고 빙빙 돌아가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곳만이 아니다. 수원 망포4지구도 마찬가지다. 망포4지구 부지의 70%는 수원시 망포동이지만 나머지 30%는 화성시 반정동에 속해 있다. 7천여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화성시 반정동에 위치한 입주민들은 가까운 태장동주민센터를 두고도 3㎞나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주민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부지 안의 학교를 두고 수㎞ 떨어진 화성시의 학교를 다녀야 하는 딱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이 같은 일은 비단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개 지역 22개 시·군·구에 달한다고 한다. 성남, 광주 등 경기도내에도 경계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 사실상 한동네에 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는 전국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불합리한 지자체 행정경계로 인해 행정 비효율도 문제지만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피해가 막대하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접한 용인·화성시와의 불합리한 행정경계조정 문제를 행정 비효율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글을 올린 염태영 수원시장의 하소연은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염 시장은 "경계조정을 위해 수차례 해당 지자체와 협의했지만 답보상태다"라면서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도 강제력이 없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어서 광역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 과정을 지켜본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주민불편을 우려해 경계조정을 위해 수차례 협의 끝에 인근부지 맞교환 등으로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물론 도시 세수 확보 등도 고려 대상이지만, 수원시는 이를 감안해 합당한 협의안을 제시해왔다. 지자체장간의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하루아침에 협의를 무산시키고 다른 부지를 내놓으라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광역자치단체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간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원시와 의왕시의 경계조정 사례는 양시가 서로 합의해 해결된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의왕시에서는 왕송 저수지를 순환하는 레일바이크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저수지 제방쪽 지역이 수원시 행정구역으로 국토부의 승인절차에 어려움을 겪자 양 시가 합의하여 저수지 지역은 의왕시로 편입하고, 의왕-과천간 고속도로 건설로 부정형하게 구획된 임야를 수원시로 편입하여 경계조정을 마무리했다. 현재 왕송 저수지 레일바이크는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 같은 생활권에 있는 주민들이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명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의 안전과 주민들의 불편 해소다. 사람중심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한다.

/홍사준 수원시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