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리시스템 갖추는 것
애견인들 스스로 펫티켓 갖추고
책임있게 관리 하도록 계도해 나가야

얼핏 보면 무서울 수 있지만, 하는 짓은 세상에 다시 없을 애교덩어리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좀 만져 달라고 몸을 들이민다.
제 집 주변을 둘러싼 철장에 몸 전체를 바싹 붙이고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꼴을 보자면 웃음이 절로 난다. 우리 집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둑도 반길 녀석"이라고 한 마디씩 한다.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런 통일이지만, 밖에 데리고 나가는 일은 신경이 쓰인다. 사람에게는 그토록 순하고 해맑던 녀석이 고양이 같은 다른 동물들을 보면 으르렁대며 덤벼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통일이의 해맑은 모습만을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일이다.
통일이의 이런 습성을 알기 때문에 산책이라도 할 경우에는 목줄을 바투 잡고 단단히 버텨야 한다. 개를 키우는 이들 중에는 "우리 개는 안 문다"며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 조심해야 한다.
반려동물 스스로 제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만큼 그 습성을 알고 대처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조심하고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의 개에 물린 이웃 주민이 숨지는 불행한 일을 계기로, 체고 40㎝ 이상의 개에 무조건 입마개를 채우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됐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너무나도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냐', '도대체 무슨 근거로 40㎝ 체고 이하의 개들은 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이웃 주민을 문 그 유명 연예인의 개도 체고는 40㎝ 미만이다).
또 입마개를 의무화해도 관리의 사각지대는 있게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이 방식은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개는 혀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인데, 사람이나 개나 체온 조절이 되지 않으면 위험해 질 수 있는 만큼 별다른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조차 입마개를 채운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견해 쪽에 힘이 실렸다.
입마개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외국에도 개의 입마개를 강제하는 제도가 있지만, 그 기준은 개의 크기가 아니고 공격성이 강한 특정 견종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을 문 이력이 있는 개 등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입마개 의무화는 없던 일이 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철저한 반려견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먼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외국의 선별적인 입마개 제도는 어느 집 개가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일일이 체크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고 40㎝ 이상의 개에 무조건 입마개를 채우는 과감함이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리 시스템을 꼼꼼하게 갖춰 나가는 것이다. 그 '관리시스템'의 핵심은 견주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견인들 스스로 펫티켓을 갖추고, 책임 있게 애견 관리를 하도록 계도해 나가야 한다.
개를 키우기로 했으면, 소중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개에는 커다란 고통일 것이 분명한 입마개를 채워 놓는 것으로 관리·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의 책임은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는 것이지 고통을 떠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이고 개는 개다. 멀쩡한 사람, 그것도 묵묵히 일하는 경찰공무원을 '미친개'로 몰아서는 안 되듯이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을 개에게 전가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원혜영 국회의원(민·부천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