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중앙집권적 운영 효율성 없자
정치적 아닌 경제적 이유로 '지방분권 강화'
국민기본권·민주성 높이려는 시대적 과제
지방자치 발전위해 개헌논의 늦출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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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양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의회의원 선거는 5.16 군사쿠데타로 폐지되었다가 1991년 부활했고, 임명직이던 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 선출직으로 전환했다. 이제 민선 7기, 어느덧 성년이다.

그간 지방자치 담론은 주로 균형발전, 즉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이라는 하드웨어 측면이 강조돼왔다. 반면, 자치입법권과 자주재정권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은 법률유보와 규제권한 등에 막혀 지체됐다. 지방 고유의 특색과 다양한 여건, 고유성과 다양성이 사상 된 지방자치는 민주성과 효율성에서 모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대 3,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대 2다. '국가는 본사, 지자체는 지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중앙집권적이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지역발전특별회계도 형식은 자율편성이나 실제 운영은 일반 국고보조금과 별 차이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방정책을 집행하는 산하 지방행정기관 위상이다.

최근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단일 국가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프랑스와 일본은 물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지방분권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지방분권 강화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필요로 이뤄지고 있음은 시사적이다.

이는 무선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초연결사회의 도래로 인해 지금까지 정보와 자원을 독점해 온 중앙집권적 경제운영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자율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지방정부의 창의와 혁신을 높여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때다.

4년 전 이맘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18대 대선 유력후보들이 정치개혁과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해놓고 책임정치 구현 등의 이유로 거둬들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치 예속을 우려하는 행정학자들의 공천제 폐지요구와 지역사회단체들의 규탄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의외다.

오히려 실세 정치인들의 후보자 줄 세우기 구태와 유명 정치인에 기댄 선거마케팅이 극에 달한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심지어 비호감도 인지도라며 유권자 앞에서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오죽하면 존경받는 사람이 정치하는 사회가 아니라, 유명한 사람이 공천받는 풍토라 말하겠는가.

물론, 지역현안 해결에 긴요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중앙정계 인맥과 관가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다만 정치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섬기는 봉사자이며, 주민과의 일상적인 소통과 스킨십은 기본이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을 경험하며 간혹 준비 안 된 후보들을 보게 된다. 이른바 지역의 심부름꾼, 고향의 일꾼을 자처한다면 최소한 출마 1~2년 전부터 지역에 거주하며, 당원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 당의 공천심사 기준인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은 이런 취지가 포함돼야 한다.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독일처럼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오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전국 대부분의 기초 및 광역의회들도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역의 문제를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하는 자주와 분권이 지방자치 정신이다. 새 헌법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지방분권 개헌은 그 자체로 국민기본권 확대이자, 국가 전체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대적 과제다. 지역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에 주민의 직접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 일컫는다. 정당정치가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활정치 영역인 지방자치가 튼실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고향', '정치의 훈련장'으로 가꿀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개헌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성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