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거품만 키운 헛공약 주민들 상처만
청와대와 국회중심 '규제완화'·'분도'문제
진지하게 논의될 때 변화·발전 가능하다

분도에 딱히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표를 의식해 듣기 좋은 말을 찾아 헤매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니 경기북부지역 땅값이 들썩이는 모양새가 복고패션 유행하듯 반복되고 있다. '선거 때만 분도냐', '남북경협 헛물켠 게 한두 번이냐' 라는 주민들의 말을 들으면 경기북부지역 국회의원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작년 5월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시키고, 법안통과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놓친 것도 속을 쓰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경기북도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굳이 '평화'를 가져다 붙이고,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또 발의하는 모습을 보면 경기도 분도론이 정략적 이슈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 선거철이 되어서야 표 구걸용으로 '분도'를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으로 얄밉기도 하다.
본인의 지역구인 동두천과 연천을 비롯한 경기북부지역은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휴전선과 비무장지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제 허리도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수도권규제까지 더하면 허리를 펴기는커녕 바닥으로 고꾸라질 위험에 처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수십 년간 계속되었고 하소연과 경고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지금은 경기 남부지역과 북부지역의 극심한 격차만 남았다.
경기도 천년의 역사 속에 지역별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적이 있었을까? 이 상태로 과연 경기북부지역 도민들에게 새로운 천년에 대한 희망을 약속할 수 있을까? 그런 약속들은 결국 북한에서 불어오는 훈풍인 듯 훈풍 아닌 바람에 휩쓸리다 춘몽(春夢)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남북화해 분위기를 틈타 언급되고 있는 경제협력사업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파주를 비롯한 일부지역에만 사업기회를 검토할 뿐 동두천과 연천을 비롯한 그 외의 지역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남북 철도연결사업도 경의선과 동해선만 언급되었을 뿐 경원선은 배제됐다. 최근 경원선 복원사업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통일부가 나서 '논의된 바 없다'며 못 박아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쯤 되면 경기북부지역은 선거나 북풍(北風)이 아니고서는 재기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잠시의 관심은 고맙지만 거품만 키운 헛공약들은 결국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북풍이 아닌 남풍(南風)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서 각종규제를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기남부지역의 발전모델을 북부지역에 적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남풍은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수도권규제 완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군사보호구역은 현재상태에서도 조정과 해제작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수도권규제는 여전히 완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남북 분단 상황에서 묵묵하게 피해를 감내해 온 주민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규제'에서 '장려'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규제완화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분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경기 북부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반영한 자체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경기북부지역의 인구는 이미 333만명을 넘어서며 17개 광역단체 중 5번째로 많은 규모이고 재정자립도도 39.9%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이미 의정부지방법원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 광역단체급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행정조직도 들어와 있다. 이를 근거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분도에 따른 재정소요가 크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은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북풍에 의존해서는 답이 없다. 청와대와 국회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와 경기분도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질 때 근본적인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따뜻한 남풍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국회의원 (자유한국당·동두천시·연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