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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현 포천시장
포천시는 접경지로서 휴전 이후 국가안보를 위해 중대한 역할을 담당해오며 많은 것을 내어주고 희생해왔다. 그 기간이 무려 70여 년에 이른다.

지리적으로 휴전선과 인접해 있어 많은 군사시설이 우리 지역으로 집결했다. 군부대는 말할 나위 없고 매일 포와 총소리가 끊이질 않는 대규모 사격장도 한두 곳이 아니다. 이 때문에 포천하면 군대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주변에 적지 않다.

긴 침묵과 인내 끝에 지난해 우리 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장장 68년 동안 우리 지역의 허리를 차지하고 있던 6군단이 고단한 임무를 종결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6군단이 주둔한 지역은 주요 경제권인 소흘읍과 포천동 사이 자작동으로 전체 면적은 89만7천982㎡이며, 군에서 무상으로 사용해온 시유지는 약 30%를 차지하는 26만4천775㎡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간 이곳은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막는 '도심 속 휴전선'이나 다를 바 없었다. 포천시의 도심 속 휴전선은 6군단에 그치지 않는다. 5군단도 주둔하고 있어 한 도시에 2개 군단이 있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지역이다. 놀랍게도 군부대는 훈련장과 사격장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 할 수 있다. 승진과학화훈련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6.8배인 19.83㎢에 달하며 한미동맹의 상징인 면적 13.52㎢의 국내 최대규모 영평사격장도 있다. 


엄청난 규모 '도심속 휴전선' 다를바 없어
국가안보 위해 70여년 '특별한 희생' 감수


감히 말하자면 분단 이후 우리 시는 전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국가안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감수해왔다. 가까운 예로 포천시의 이러한 특별한 희생이 없었다면 최근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K-방산수출'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신 무기를 어디서 시험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주한미군은 지금 어디서 사격훈련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시민은 소음, 인명, 재산 등 각종 피해를 감수하고서 국가안보라는 절대 공익을 위해 오랜 기간 무던히도 참아왔다. 이러한 희생을 고려하면 6군단이 해체되고 떠난 땅을 돌려받는 건 지극히 소박한 바람이 아닐까.

포천시는 6군단 부지가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간 6군단 반환 상생협의체 구성을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땅히 시민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국방부가 우리의 애환과 절실함을 이해한다면 신속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모호한 입장과 미온적인 태도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부지를 돌려받으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반환된 6군단 부지는 포천시민이 원하는 지역경제 발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금껏 상상만 해오던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그리고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IT(정보기술), 바이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첨단기업을 유치해 직장과 도시가 함께 공존하는 '직주근접' 형태의 실리콘밸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접경지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자연히 인구가 유입돼 인구위기를 극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 미래가 더 기대되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6군단 부지 반환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양보하기 어려운 우리의 몫인 셈이다.

첨단기업 유치해 '실리콘 밸리' 조성 계획
市, 역량 총동원… 정부 전향적인 결정 기대


거듭 말하자면 6군단 부지 반환은 포천시민 모두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박한 바람이다. 부지 반환으로 그간의 우리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포천시는 이 염원이 관철될 수 있도록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70여 년의 세월 우리 주변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시민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에 산재한 군사시설을 통합하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최소화해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민군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백영현 포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