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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환 광주시장
엘리베이터 문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닫힘 버튼을 눌러주거나, 가끔 가게 주인이 대신 카드 서명을 해주는 등 한국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외국인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 1위를 꼽으라면, 웹 사이트가 3초 안에 안 열리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앱을 사용하거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이용하다가 속도가 느린 것을 넘어 랙이라도 걸리는 경우엔 조급증은 폭발한다.

랙으로 인한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에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관리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앱은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용량이 큰 사진이나 동영상은 클라우드나 외부 저장장치로 백업 후 삭제하여 내부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하다가 랙이 걸려서 짜증이 나면 재부팅을 하여 시스템을 초기화하거나 하드웨어를 점검하여 문제 있는 부품을 교체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수질관리 규제' 50년 지나도 오히려 강화돼
경안천 수변구역 개선 불구 현실 반영 못해


우리 광주에도 랙이 걸린 상태로 오랜 기간 시민들의 짜증과 불편을 유발해온 랙 유발자가 있다. 중첩 규제 말이다. 광주가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 젖줄로 수질관리 지역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함은 분명하다. 규제를 풀어 개발이 시급하다는 뜻이 아니다. 세계 물 기술 특허의 20%를 보유한 우리나라이지만 팔당댐 준공 시점부터 시작된 규제는 50년이 지나도 오히려 강화됐다는 점이 규제와 개발 사이의 랙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얼마 전 팔당호 수질이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PPM을 기록했다. 1998년 환경부가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제시했던 목표를 24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특히, 경안천은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50㎞를 흘러 팔당호로 합류하는 팔당호의 한 지류다. 적은 면적이지만 하천수의 수질오염 관리에 중요한 유역으로 전 구간이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경안천에서 멱을 감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자랑했지만 1980년대 용인이 성장하고 주변 지역에 축산업이 발전하면서 오염되기 시작해 급속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수질이 악화했다.

'맑은 물, 우리 힘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경안천 시민연대가 발족했고 필자는 사무국장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어 감시활동, 정책건의, 시민 환경교육 등의 활동을 벌였다. 이후 광주시 환경전문 정책위원을 거쳐 시의원, 시장까지 우리 광주의 수질 정책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경안천 수질은 BOD 1PPM을 기록하며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경안천 수변구역은 수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반해 관련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강수계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하수처리장을 설치 운영 중인 지역은 수변구역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재 경안천 수변구역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전량은 공공 하수처리장으로 유입 처리되고 있어 하천으로의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고 경안천 수질 또한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으니 당 조항에 따른 수변구역 해제가 타당하다.

상수원보호구역 재조정 대상 업데이트 필요
물관리 발전 만큼 현실 맞게 정비 빨리해야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도 현행화가 필요하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광주, 하남, 남양주, 양평지역 중 광주가 절반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데 해당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 여전히 포함되어 주민 불편이 장기간 계속돼왔다.

2013년 실시했던 상수원 보호구역 조정(해제)을 위한 타당성 용역에서 퇴촌면 영동리 일부와 남한산성면 광지원리 일부 등 2개 면 5개 리가 재조정 대상지역에 해당했는데, 현재 시점 기준으로 타당성 조사를 업데이트해 불필요해진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조급증은 조심해야 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평상시에 컴퓨터의 데이터 공간을 확보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처럼 광주의 규제도 랙 탈출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랙에 걸린 상태로 불편을 감내한 광주시민을 위해, 또 물 관리 기술이 발전한 만큼 현실에 맞는 규제 정비는 '빨리빨리'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방세환 광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