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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태 하남시의회 사무국 주무관
봄볕이 어깨를 사정없이 두드리던 5월1일, 근로자의날을 맞아 거리는 인산인해였다. 길에서 마주친 얼굴들도 하나같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나도 모처럼 봄을 즐기다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사는 집 302호는 작지만 아늑한 곳이다. 벽을 맞댄 집이 하나뿐이라 소음도 적다. 게다가 얼굴도 보지 못한 303호 이웃은 생활 소음이 거의 없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런 옆집이 그날 저녁은 무척이나 부산스러웠다. 그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복도는 시취(屍臭)로 가득하고, 경찰과 현장을 정리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 많은 손님이 찾았으니 옆집 사람은 가는 길이 덜 외로웠을까. 문 앞에서 만난 집주인은 사연을 물어도 말을 아꼈다. 옆집이니 무서울 법도 했지만 나는 두려움보다 비애가 느껴졌다. 그렇게 어두운 방에서 홀로 자신의 인생과 작별 인사를 되뇌었을 옆집 사람이 떠올라서다.

우리나라 한해 자살자 수는 2021년 기준 1만3천352명이다. 하루 평균 36.6명,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26명이다. 반면 하남시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17.4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하남시 보건소, 하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등이 노력한 결과다. 다만 인구 증가로 자살 사망자 수도 증가 추세이고 민생악화와 청소년 우울감 심화 등이 자살률을 높일 수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대책 중 하나가 관심이다.

요즘엔 SNS로 불특정 다수와 쉽게 소통한다. 이로 인해 현실의 사람과는 단절됐다. 동네 사람과 안부를 묻던 문화도 더는 보기 어렵다.

이제 다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 우리 공동체는 그것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다. 개인이 할 수 없다면 공공이, 공공이 다 못하면 시민사회가 뜻을 모으면 된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전기·수도 사용량이나 난방비 명세서만 볼일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가 하듯이 그저 오가며 인사를 전하고 안부를 묻자.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이참에 나처럼 때를 놓친 수많은 또 다른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최승태 하남시의회 사무국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