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있었던 안양시 연고 프로농구단 KGC인삼공사와 서울SK의 챔피언 결정전은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떠오르게 하는 명승부였다.
7차전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연장 혈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안양KGC가 서울SK를 100대 97로 꺾었다.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완전한 승리'를 거두면서 필자를 포함한 관중들은 열광했다. 올 시즌 최대 관중으로 안양체육관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열기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국내 유일한 아이스하키 남자 실업팀인 HL안양도 아시아리그에서 6년 만에 통합 우승을 거두며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HL안양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부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즌 취소 등 온갖 악재 등을 극복하고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축구도 빼놓을 수 없는 안양시의 자랑이다. 안양-과천 정기전이 열렸던 1930년대부터 안양초·안양중·안양공고의 축구부, 그리고 안양LG까지 안양의 축구는 그 역사가 깊다. 특히 축구 명문 안양공고가 전국대회에서 30여 차례나 우승하면서 1970~1980년대 축구 도시로 발돋움했다.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후 안양은 9년 동안 축구 불모지가 되고 말았다.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필자는 10년 전 각고의 노력 끝에 FC안양을 창단했고, FC안양은 지금도 맹활약하며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창단식 날 울려 퍼진 서포터스의 함성과 북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울리듯 생생하다.
프로농구 KGC, 혈투끝에 플레이오프 승리
男 아이스하키도 亞 리그 6년만에 통합 우승
지방도시의 스포츠는 시민들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안양의 스포츠 자원을 활용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방법을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안양과 인구가 비슷한 잉글랜드 내륙도시 셰필드가 축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은 좋은 사례다. 철강산업 쇠퇴로 인구가 감소하는 등 비전을 찾지 못했지만, 유럽연합(EU)의 도시재생펀드를 유치해 각종 경기장과 생활체육단지 등을 건립했고, '스포츠 마케팅'을 발판으로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도시로 자리 잡았다.
안양도 브랜드파워를 가진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1부 리그 승격도 물론 놓칠 수 없지만 세계적인 명문구단, 시민구단이라는 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기본이 되는 것은 '인재'다. 축구 명문 도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FC안양이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동을 배우는 아이들이 기술 훈련과 협동심은 물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먼 미래를 바라보며 교육하고 있다. 안양시인재육성재단도 12년 동안 안양 인재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다. 안양에서 쇼트트랙의 황대헌, 피겨 김유재, 축구의 조규성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선수들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
FC안양, 명문구단 꿈꾸며 브랜드파워 키워
인재 육성·체육기반시설 시스템 구축 중요
인재 육성뿐 아니라 체육기반시설과 이를 잘 활용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달 말 안양의 세 번째 실내체육관이 될 만안구의 석수체육관 건립공사가 첫 삽을 떴다. 오는 2025년 4월경 체육관이 완공되면 수영장을 비롯한 다양한 체육시설을 통해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운동을 즐기실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선수의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번 주말(20일)에는 '2023 시민과 함께하는 행복 걷기대회'가 열리는데, 안양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안양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건강과 여가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스포츠 시설 구축은 물론 다양한 체육 행사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한 지역에 뿌리내린 스포츠는 가족 단위의 건전한 응원문화로 이어지고 시민들의 여가 생활에 큰 활력을 준다. 올해 어린이날 축제에서 필자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이 안양에서 세워지고 있다. 공재불사(功在不舍),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을 기억하며 안양시가 세계적인 '스포츠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할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