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는 이런 민원이 있었다. 관광차 여주를 방문한 외지인 부부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다 마침 버스가 지나가 손을 흔들었는데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는 것이다. 그 민원인은 기사분과 눈까지 마주쳤는데 멈추지 않고 지나쳤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민원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수종사자는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당한 사유'라는 예외 규정이 있다. 짐작하건대 그분들이 버스를 타려 한 곳이 승하차가 허용된 정류장을 얼마간 벗어난 곳이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객을 승하차하는 행위는 단속 규정에 따라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실제로 승객을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승차를 허용했다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운수업체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례도 있다. 이 법의 취지인 '운수 사업에 관한 질서' 확립과 '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한 것이다.
종합청렴도 1등급… 1년만에 4등급 올려
민원인 편의를 중시한 행정서비스 강조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행정 업무에 '공공서비스'란 개념이 도입된 것은 IMF 외환 위기 이후다. 외환 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혹독한 반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그중 하나가 공공 부문 개혁이다. 관료제에 기반한 전통적인 행정 시스템에 재정 적자가 생기고 사회적 가치가 변하면서 '공공서비스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된 것이다. 행정 관료에게 집중된 권력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적 조직으로 바꾸자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렇게 우리의 행정서비스는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그러니까 내가 시청 공무원들에게 친절한 행정서비스를 강조할 때 그들이 왠지 낡고 구태의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면 아마도 국민 계도 차원에서 벌인 상명하복의 관료 행정이 추진한 '친절 캠페인'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섬기는 정부'를 지향하며 행정서비스는 20년이 넘게 진화해 왔다. 정보 공개와 투명한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3.0'은 지금의 좌표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의 질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 수준은 높아지고 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동시에, 공무원들은 대민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노력의 성과와 정도를 평가받으면서 민원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요구를 받아 왔다. 공공서비스에 일반 서비스업에서나 쓰이는 말로 여겨왔던 '감정노동'이란 개념을 적용하고, 지자체들이 '감정노동' 수행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에게 친절은 상대방 대하는 예절
감정노동·악성민원 어려움은 대책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직자들에게 친절은 상대방을 대하는 예절이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 높은 행동의 하나라고 말한다. 또 업무 관련 지식의 수준을 높이고, 민원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라고 강조한다. 이 모두는 함께 살기 위한 공동선을 위한 덕목들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결과는 서로의 요구와 역할을 믿고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 질서의 바탕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88서울올림픽이 어떤 고난에도 굽히지 않는 우리 민족의 기상과 미덕, 질서 의식을 온 세계에 알리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잘 준비된 공공서비스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올림픽을 경제 재건의 발판으로 삼자는 일치된 국민적 합의와 이를 실천한 시민들의 협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장 취임 1주년을 앞둔 소감을 묻는 사람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나의 소회다.
/이충우 여주시장